파는 외국인…삼성전자ㆍ기아차는 '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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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금융위기 수준 하락…업종대표株 다시 사들여
GS·두산重 연일 러브콜
"60만원대 삼성전자를 사는 게 두렵다면 은행 예금을 권해드립니다. "
최근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에서 삼성전자 주가를 첫 화두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등 경기침체 우려 속에 주가가 2009년 8월 이후 2년 만에 6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22일 코스피지수 하락에도 삼성전자는 1.62%(1만1000원) 올랐지만,이틀째 60만원대(69만1000원)에 머물렀다. 한국 증시의 '간판'격인 업종 대표주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현금비중을 높이려는 외국인의 매도 타깃이 되면서 이들의 밸류에이션은 글로벌 경쟁업체는 물론 업종 평균을 밑돌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 둔화국면에선 업종 대표주들이 상대적으로 꿋꿋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업종대표주 프리미엄'이 사라진 증시
최근 주가 급락으로 업종 대표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외 경쟁업체는 물론 국내 업종 평균 이하로 낮아진 상태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각 업종의 2개 대표 기업 PBR은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평균 19.5% 낮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말 예상 주당순자산(BPS) 기준 PBR이 1.2배로 인텔 등 15개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평균 PBR 1.4배보다 할인돼 거래되는 상태다. 포스코도 동일 기준 PBR이 0.9배로 아르셀로미탈 신일본제철 등 16개 해외 경쟁업체 평균 PBR 1.0배보다 낮다. 국내 업종 대표주들의 상당수는 업종 평균에 비해서도 'PBR 프리미엄'이 사라진 상태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이사는 "올 6~7월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오른 데 이어 이달 들어선 외국인과 기관이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내면서 대형주의 주가 조정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라며 "각 업종별 대표 종목 36개의 시가총액 비중은 5월 58.0%에 달했지만 19일 현재 53.2%로 5% 가까이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한국 간판주(株)'에 입질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413억원어치를 팔았다. 지난 16일 6604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4거래일째 주식을 팔고 있다. 외국인의 본격 이탈은 유럽 재정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7월12일부터 시작됐다. 40여일 이상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업종 대표주 저가매수에 나서는 등 매매패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외국인은 최근 들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순매도 상위 종목들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 16일 이후 이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다. 이들은 16일부터 22일까지 삼성전자 2124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또 이 기간 LG화학 1281억원어치를 비롯해 LG(978억원) 기아차(796억원) 현대모비스(608억원) 등 낙폭이 큰 업종 대표주들을 적극 순매수하고 있다. 대형주 중에서 외국인이 연일 순매수 하는 종목도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GS는 전날까지 8일 연속,아시아나항공 두산중공업 LG디스플레이 등은 6일 연속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았다.
◆기업 실적 하향 조정은 변수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외국인의 최우선 매도 타깃이 된 업종 대표주 주가가 대부분 연중 최저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쟁업체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을 부각시키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유럽 등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대표 기업 특성상 실적이 하향 조정되면,주가에 재차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또 국제유가 추이와 맞물려 화학 정유업종의 주가는 물론 실적 전망도 안갯속이다.
손성태/이상열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