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변호사법 개정안 憲訴 추진 중단 왜?

"전관예우 시선 곱지 않은데…" 로펌 몸사려
대형 로펌들이 힘을 합쳐 '전관예우 금지'를 골자로 한 변호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쪽으로 헌법소원 청구를 추진하다 무산됐다. 국내 1위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이 주도했으나 다른 로펌들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 출신 채용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과 법조계에서 김앤장의 독특한 지위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은 다른 10대 대형 로펌들과 함께 지난 5월 신설된 변호사법 89조의 6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려다 최근 방침을 철회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개정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은 시행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신설 법조항이 5월17일 시행돼 신청 기한은 지난 15일이었다. 변호사법 89조의 6항은 판 · 검사 외에 비(非)법조 분야에서 근무했다 퇴직한 공직자가 법무법인에 취업했을 경우 관여한 사건과 업무활동 내역 등을 매년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한다고 의심받는 퇴직 공직자들의 활동내역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로펌들은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데 대부분 동감하고 있다. 다른 기업에서는 업무활동 내역을 제출받지 않으면서 유독 법무법인에만 의무를 지우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로펌들은 그러나 가뜩이나 전관예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마당에 눈총을 받아가며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구를 앞장서 제안한 김앤장이 다른 로펌과 달리 법인이 아닌 조합성격의 변호사들 집합체여서 신청의 주체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앤장은 그러나 자사 명의로 소송을 내 승소한 사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헌법소원 움직임이 무산됐지만 앞으로 다시 청구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법률 시행 후 퇴직한 공직자는 취업 후 해당 조항으로 인해 실제 피해를 봤다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또다른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다소 사라지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