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리비아에 웃고 스트로스칸에 울고

NATO 개입 주도 사르코지
리비아 과도정부 첫 인정…카다피 정권 붕괴 주역

뉴욕서 회생한 스트로스칸
검찰, 성추문사건 공소 취하…佛대선 출마 가능성 거론

'카다피에 웃고,스트로스칸에 울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처지다. 그는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쫓아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며 국내외에서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폭행 혐의를 벗고 복권되면서 재선가도에 강력한 경쟁자로 재등장했다.

◆카다피 압박,'슈퍼람보'로 부상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2일 "프랑스가 리비아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와 관련해 (서방세계의) 외교적 주도권을 계속 쥐고 있다"며 "카다피 정권 붕괴에 도박을 건 사르코지 대통령이 큰 수혜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올해 3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리비아 공습을 개시할 때 선봉에 섰다. 리비아 과도정부를 합법정부로 인정한 것도 프랑스가 처음이다. 시민군이 트리폴리에 입성한 뒤에는 마무드 지브릴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파리로 초청했다. 두 사람은 24일 만난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처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프랑스가 북아프리카에서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슈퍼람보'를 자처하며 5개월간 카다피 정권을 압박한 사르코지는 '철권통치 붕괴를 이끈 지도자'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야당인 사회당 중진 자크 랑 의원마저 "가장 큰 공은 사르코지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카다피 정권의 사실상 붕괴가 내년 대선을 앞둔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리더십을 의심받던 상황이어서 '카다피 덕분에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25일 중국을 방문,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을 같이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해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되살아난 경쟁자 스트로스칸

우연찮게 같은 시기에 프랑스 정계의 라이벌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도 '성폭행' 혐의를 벗으면서 되살아났다.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은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스트로스칸 전 총재에 대한 공소취하를 법원에 요청하기로 했다. 성폭행 사건 전까지 스트로스칸은 차기 프랑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치인이었고,성추문이 발생하자 프랑스 언론에선 사르코지가 개입했다는 '음모설'이 나돌기도 했다. 스트로스칸이 족쇄를 벗으면서 '정치 앙숙' 간 대선 대결이 성사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대선까지는 9개월이나 남아 있고 여론조사 결과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지금 사르코지는 뛰고,스트로스칸은 걷고 있지만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