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판사 심사ㆍ추천 맡은 30대 한국계 변호사

크리스토퍼 강 백악관 선임고문
미국 백악관에서 연방대법원 판사를 비롯한 사법부 고위직 인선을 총괄하는 업무를 30대 한국계 변호사가 맡게 됐다. 백악관은 지난 1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임 법률고문에 한국계 크리스토퍼 강(강진영 · 34 · 사진)을 임명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7년간 백악관 직속 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의 차남으로,한국계 부자(父子)가 백악관에서 일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크리스토퍼 강은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래 백악관 법률고문실의 입법보좌관으로 일해 오다 발탁됐다. 법률고문실 수뇌부는 수석고문과 3명의 부수석,2명의 선임 고문으로 구성돼 있다. 수전 데이비스 선임 고문이 올가을부터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일하게 돼 이 자리에 크리스토퍼 강이 오른 것이다.

그가 맡게 된 선임 고문직은 연방판사 등 사법부 고위직의 인선 과정과 절차를 보좌하고 자문하는 자리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하는 모든 연방판사가 크리스토퍼 강의 손을 거쳐 결정되는 셈이다.

연방판사는 주요 판결을 통해 미국 내 정치 · 사회 · 경제 등 각 분야의 가치와 이념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크리스토퍼 강은 명문 사립고등학교인 필립스아카데미와 시카고대 학부를 거쳐 듀크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시카고대 시절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학생처장이던 미셸 오바마와 처음 만난 뒤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과도 친분을 쌓았다.

그는 듀크대 로스쿨 재학 중 에드워드 케네디 전 연방상원의원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2001년 변호사가 된 후에는 일리노이주를 지역구로 한 리처드 더빈 연방상원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의회 전문지인 더 힐(The Hill)이 선정하는 '35세 이하 최우수 보좌관 35인'에 2005년부터 해마다 선정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다. 부친인 강 박사는 차남의 발탁에 대해 "한국계로서 미국을 움직이는 연방판사들을 심사하고 추천하는 영광스러운 일을 맡게 돼 대견하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