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 4000억弗 육박…채무의 質은 개선

2분기 154억 달러 증가…단기채무 비중 줄어
정부 "리스크 적극 관리"

한국이 외국에 갚아야 할 빚(대외채무)이 4000억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인 이탈이 본격화하면 국내 경제가 충격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말 외채가 3980억달러로 2분기(4~6월) 중 154억달러 증가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외채는 작년 4분기 59억달러 감소했지만 올해 1분기에 226억달러 늘어나는 등 증가세로 돌아섰다. 2분기 외채 증가액 중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가 13억달러,1년 이상 장기외채가 141억달러였다. 부문별로 보면 정부 부문은 외국인의 국고채 투자 증가로 64억달러,은행 부문은 차입금 증가로 44억달러 늘었다. 기업 등 기타 부문도 외화표시채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42억달러 증가했다.

'외채의 질'은 개선됐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49.7%에서 49.2%로 떨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2008년 말에는 이 비중이 74.5%에 달했다. 2008년 당시 2000억달러 초반이던 외환보유액이 최근 3000억달러대로 늘어난 덕분이다. 전체 외채 중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3월 말 38.8%에서 6월 말 37.6%로 내려갔다.

한국의 대외채권 규모도 6월 말 4874억달러로 3월 말보다 186억달러 늘었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895억달러였다. 외채를 모두 갚고도 이만큼의 자산이 남는다는 얘기다. 한국의 대외투자 잔액은 7429억달러로 3월 말보다 264억달러,외국인 투자잔액은 8949억달러로 274억달러 늘었다. 대외투자에서 외국인 투자를 뺀 순국제투자잔액은 3월 말 -1510억달러에서 6월 말 -1520억달러로 악화됐다.

외환당국은 외채 규모 증가에 대해 경제 규모가 커지고 무역이 늘어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 경제가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금융위기 재발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단기간에 외채가 과도하게 급증하거나 실물경제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투기성향의 외채가 증가할 경우 우리 경제의 잠재적 · 시스템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며 "실물경제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외채를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와 은행세 등 기존 제도를 강화하거나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규제를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으나 어떤 제도를 어느 시기에 할 것인지 결정된 바 없다"며 "(외국인 채권투자 규제 신설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용석/서욱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