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흑자행진 동부화재, 美보험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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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Insight - Cover Story 동부화재
"글로벌 경쟁력" 공인
보험영업 효율성 '업계 최고'…年 평균 10% 넘는 고속성장
국내 넘어 글로벌 무대로
美 뉴욕 내달부터 본격 영업…中·베트남 시장도 공략 채비
1980년 2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당시 상업은행으로부터 한 가지 제의를 받았다. 한국생사그룹에서 보유하고 있던 한국자동차보험 주식을 인수해 달라는 것이었다.
금융업 진출은 1969년 김 회장이 스물넷의 나이에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창업하면서부터 가졌던 숙원사업이었다. 동부그룹은 이미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외화를 '실탄'으로 비축해 놓은 상태였다. 1972년 동부상호신용금고(현 동부저축은행)를 설립해 금융 분야에 이미 발도 디뎠다.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김 회장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국영기업 체제로 운영하던 한국자보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룹 내부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정부조차 손든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겠느냐"며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동부그룹은 1980년 3월 한국자보의 대주주가 됐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동부그룹이 한국자보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였다. 1983년 3월 자동차보험 다원화 조치로 갑자기 정부가 경영에서 손을 떼는 바람에 급작스레 한국자보의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한국자보의 경영 상태는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장부상 적자가 404억원,누적 결손만 2000억원에 달했다. 자기자본은 전액 잠식당했다.
기존 영업인력이 대거 빠져 나가면서 조직은 와해 상태였다.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보험금 지급 불능 상황까지 우려됐다. 당시 재무부 주변에서는 "한국자보는 정부가 살려보겠다고 나섰다가 꼬리를 내리고 도망친 회사인데,차라리 포기하는 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 회장은 "보험업은 사회보장사업인데 이런 사업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어떻게 기업가라고 하겠는가. 10년 안에 한국자보의 경영을 반드시 정상화시키겠다"며 직접 대표이사에 취임,위기 수습에 나섰다.
김 회장은 곧바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했다. 연수원을 매각하고 보유 유가증권을 처분하는 한편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강성 노조로 인한 노사분규에도 '원칙'으로 대응했다. 새로운 영업조직도 구축했다. 영업조직을 생명보험식으로 바꿔 모집인과 대리점을 대폭 늘렸다. 국내 손해보험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실험적인 시도였다.
김 회장의 노력은 성공을 거뒀다. 동부화재는 1994년 이후 매년 흑자를 내며 지난해까지 연평균 12.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0년 내에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던 김 회장의 약속이 지켜진 셈이다. 1995년 상호를 바꿔 단 동부화재는 국내 손보업계 '빅3'로 거듭났으며,현대해상과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험영업 효율성은 업계 최고 수준
동부화재는 외형 면에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에 뒤지지만,질적인 면에서는 국내 손보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 회계연도(작년 4월~올해 3월) 기준 총 자산은 12조8700억원으로 삼성화재(31조587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현대해상(13조원)에도 1000억원 이상 뒤진다. 원수보험료(매출) 역시 7조1137억원으로 삼성화재(12조7713억원)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며,현대해상(7조6104억원)보다 5000억원 가까이 적다.
하지만 합산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3월 기준 동부화재의 합산비율은 100.9%로 삼성화재(102%)와 현대해상(102.4%)보다 낮다.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것으로 그 수치가 낮을수록 보험 영업의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2%에 달해 삼성화재(12.4%)와 현대해상(14.8%)을 훌쩍 뛰어넘는다. 동부화재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외부 기관으로부터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보험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는 동부화재를 매출,이익,주가 상승률 측면에서 10년 이상 연평균 5%를 넘는 성장을 보인 글로벌 기업으로 꼽았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와이만은 국내 금융회사 중 주주가치 성과가 가장 높은 회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세계적 보험사 평가회사인 A.M BEST로부터는 'A Excellent' 등급을 획득해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등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은 "자산이나 매출 등 외형에서는 업계 3위이지만 작년 당기순이익은 2844억원으로 업계 2위를 기록했다"며 "장기 보장성 보험을 확대하는 등 수익성과 효율성에 기반을 둔 성장을 추구해 외형 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찾는다
동부화재는 포화 상태에 접어든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설 방침이다. 특히 미국을 해외 거점시장으로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1974년 미국령 괌에 첫 해외 지점을 개설한 뒤 2006년 하와이,2009년 로스앤젤레스에 지점을 세워 수익성 위주의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뉴욕에서도 영업에 들어간다. 다른 보험사들이 기업성 보험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현지인 대상 영업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지분 투자를 통해 중국 칭다오에 합자 중개법인을 설립했고,베이징에서는 주재사무소를 운영하며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지난 23일 현지 사무소를 열었으며 9월에는 인도네시아에도 새로 뛰어든다. 김 사장은 "양적인 팽창보다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에 우선 힘쓸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해 아시아 시장에서 글로벌 보험사 이미지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