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터널 속에…왜 탈출 못하나

장기침체 늪에서 사투하는 일본

고령화·엔高로 기력 상실…'고질병' 정치불안도 발목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 버블의 붕괴에서 시작됐다. 1985년 G5(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재무장관이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엔화의 평가절상을 결의한 플라자합의가 불씨였다. 저금리로 '불패신화'의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된 부동산 버블은 1991년 정부의 대출억제를 시작으로 붕괴됐다.

은행 대출로 부동산을 구입했던 개인들은 신용불량자가 됐고,부동산 과잉투자를 했던 기업들은 도산했다. 방만한 대출을 일삼던 은행들도 퇴출됐다.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은 지금도 1991년 이전 고점 대비 50~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재정확대로 탈출해법을 모색했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빚만 늘었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 9차례 경기부양책을 통해 124조엔을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전혀 없었다. 일본은행도 금리를 다시 '0%' 수준으로 내렸지만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

여기에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일본경제의 기초체력을 갉아먹었다. 청년층은 높은 실업률 탓에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부상하는 데 실패했다.

일본 수출기업들은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경쟁력을 상실했다. 일본의 무역흑자액도 1999년 1231억달러에서 2009년 433억달러 수준으로 축소됐다. 같은기간 중국의 무역흑자 규모가 292억달러에서 1961억달러로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일본이 중국과 수출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즈호경제연구소는 최근 "수출부진이 '잃어버린 20년'을 탈출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치불안은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는 고질병으로 지목된다. 일본 정치권은 도호쿠(東北)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대처에 무기력함을 드러내면서 위기를 반전의 계기로 삼는 데 실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이 글로벌 재정위기의 타격을 받는 후발주자가 돼 버렸다"며 "올해 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마저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일본경제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