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유럽 물류 타격 우려…삼성 "우회 수출로 돌파구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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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법원, 가처분 결정네덜란드 법원이 삼성 스마트폰에 대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삼성의 폰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판정은 최종 판정이 아닌 예비 판정이어서 뒤집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삼성은 일단 10월14일부터 문제의 애플 특허를 사용한 폰을 유럽 18개 국가에서 판매할 수 없다. 대상은 갤럭시S,갤럭시S2,에이스 등 3개 모델이다.
스크롤 특허침해 인정…스마트폰 보관·유통도 금지
삼성 "이의신청하겠다"
법원의 예비 판정에는 10월14일 이후 판매금지뿐 아니라 삼성의 3개 네덜란드 현지 법인에 대해 갤럭시 스마트폰 보관 ·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들 3개 법인 가운데는 삼성의 유럽 수출 허브 역할을 하는 자회사가 포함돼 있어 삼성으로선 유럽 전역의 손발이 묶일 가능성도 있다. 애플은 이미 판매한 스마트폰을 리콜하게 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애플이 네덜란드 법원에 제기한 삼성의 특허 침해 건은 모두 10건.이 가운데 전자기기의 사진 스크롤(손가락으로 끌어내리는 것)에 관한 특허만 받아들여졌다. 나머지 9건은 기각됐다. 삼성은 "사실상 승소"라고 말하나 1건의 특허 패소만으로도 스마트폰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은 일단 네덜란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고 우회적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제가 된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을 수출하면 된다"며 "네덜란드를 거치지 않고 한국에서 바로 영국 프랑스 등지로 내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비용은 더 들겠지만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매금지 대상국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핵심 국가가 대부분 들어가며 오스트리아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네덜란드 법원의 이번 예비 판정은 호주 독일에 이어 세 번째다. 호주에서는 갤럭시탭,독일에선 갤럭시 스마트폰에 대해 판매금지 예비 판정을 받았으나 이의신청을 해 철회시켰다. 네덜란드 법원에도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며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는 판정이 빈발할 경우 삼성으로서는 곤욕스러운 일이다.
갤럭시폰이나 갤럭시탭 기술과 관련해 특허 침해를 많이 인정한 것은 아니다. 삼성 측 주장대로 사진 스크롤에 관한 기술을 제외하곤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갤럭시탭 10.1과 10.1v에 대해서는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정을 내렸다. 따라서 네덜란드 물류기지가 마비되는 것을 제외하곤 삼성으로서는 충분히 특허 공방을 펼칠 만하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은 당초 이미 판매한 제품을 모두 리콜하고 소비자들에게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는 요청까지 했다. 다분히 감정적인 처사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삼성의 스마트폰 태블릿 수출을 저지하려고 한 속셈이 엿보인다. 이에 대해 삼성도 역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삼성이 선두를 다투고 있다. 2분기에 애플이 노키아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고 삼성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조만간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1위에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오는 10월 중 아이폰 신제품(아이폰5)을 내놓을 예정이며 삼성도 신제품으로 맞대응할 계획이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