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떠난 애플 미래…위기론vs신중론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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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자신의 후계자로는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를 추천했다.
이날 애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잡스는 이사회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CEO로서 책임과 기대에 더 이상 부응하기 힘들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항상 말해왔다"며 "불행히도 그 날이 왔다"고 말했다. 잡스는 다만 "CEO직에서는 물러나지만 회장직은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덧붙였다.애플은 성명을 통해 "잡스의 비전과 리더십은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 기업이라는 현재의 위치로 이끌었다"면서 "이사회는 팀 쿡이 우리의 차기 CEO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잡스의 갑작스런 사임 표명에 IT업계에서는 그의 건강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다. 잡스는 2003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췌장암 수술을 했고 2009년에는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올해 초에도 건강이 악화돼 병가를 내고 경영의 대부분을 팀 쿡에게 맡겨왔다.
한편 전 세계 IT업계에서는 잡스가 떠난 애플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암 발병 이후 수 차례 병가를 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CEO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잡스는 상징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더욱이 구글은 모토로라를 전격 인수하고 HP는 PC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히는 등 IT업계는 급변하고 있다. 여기에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전쟁이 가열되는 등 글로벌 IT업계의 동향이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어 온 잡스의 부재는 애플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잡스의 카리스마 아래 움직이던 애플 인사들이 그가 떠난 이후에도 애플에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후계자가 잡스의 자리를 메우기에 충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잡스가 건강 이상으로 자리를 비울 때마다 팀 쿡이 그를 대신해 회사를 잘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또 잡스가 CEO에서 물러난 뒤에도 회장직은 유지하는만큼 새로운 지위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애플 이사회의 아트 레빈슨 지넨테크 회장은 "잡스는 이사회 의장이라는 자리에서 특별한 통찰력과 창의성과 영감을 계속해서 애플에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76년 고등학교 선배였던 스티브 워즈니악과 공동으로 애플컴퓨터를 창업한 잡스는 84년 매킨토시PC를 내놓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25년 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혁신적 디바이스를 통해 IT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