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구의 '필터' 벗겨보니…무슬림의 '생얼'은 청렴과 수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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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 타밈 안사리 지음 ㅣ 류한원 옮김 ㅣ 뿌리와이파리 ㅣ 608쪽 ㅣ2만8000원
무함마드부터 9·11테러까지…이슬람 입장서 세계사 재조명
9 · 11 테러 이후 하나의 큰 드라마가 세계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미국의 테러리스트에 대한 공격과 미국 나토 동맹군이 여러 이슬람 국가에서 벌인 전쟁이다. 9 · 11 여파 속에서 부시 행정부는 그날 사건의 주범인 테러리스트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정부'를 찾고자 했다. 그래서 초기에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단행하면서 일시적으로 오사마 빈 라덴에 집착하더니,그 다음에는 사담 후세인과 이라크를 조준해 그 나라가 민주화되면 테러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했다.
서구는 서구의 방식에 따르는 이슬람 국가 통치자들에게 자금과 무기를 주고 그들 사회에 민주주의를 도입하도록 돕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슬림은 도덕을 앞세운 캠페인이나 군사작전들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무슬림을 약화시키려는 계획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쪽에서는 시민들에게 더 큰 권리를 누리게 하려는 운동처럼 보이는 것이,다른 한쪽에서는 힘센 이방인이 가정의 사적인 문제에 끼어들어 가족 · 부족의 공동사회 정체성을 유지하는 능력을 훼손하는 것처럼 보이는 셈이다. 이슬람 세계를 물리적으로 보면 유럽과 미국을 합친 것보다 더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다. 이슬람은 '테러,여성인권 문제' 등 몇 가지 키워드로 우리의 시각이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9 · 11 이후로 인식이 달라졌다. 이슬람이 무엇이고 무슬림이 어떤 사람들이며 이슬람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묻기 시작했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는 아프가니스탄계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탄생부터 9 · 11 테러까지의 역사를 무슬림의 시각으로 재조명한다. 저자는 무슬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현재 무슬림의 테러,전쟁 및 서구 국가에 대한 그들의 입장과 증오의 이면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기 6세기 후반,아라비아해를 따라 자리한 도시들이 뜨거운 교역의 현장으로 번성했다. 여러 유대 부족들은 아랍 부족과 어울려 살았는데,그들은 로마인들 때문에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 이곳으로 이주한 사람들이었다. 아랍인과 유대인 모두 셈족이었으며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둘 다 조상 아브라함에 닿았다. 종교적 신앙의 체계로만 봤을 때 이슬람은 그리스도교와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동의할 분야가 더 많으며,정통파 유대교의 식습관 위생 등에 대한 율법을 살펴보면 정통 이슬람과 거의 정확하게 같은 목록을 볼 수 있다. 책의 첫 장면은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소개에 큰 비중을 둔다. 그는 570년 무렵 홍해 연안의 국제도시 메카에서 태어났다. 그는 명상하는 습관을 함양코자 정기적으로 산의 동굴로 들어갔는데,어느 날 동굴 안에서 천사 가브리엘을 만난다. 이후 당시 깨달음을 대중에게 설파하기 시작했다. 메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종교였다. 메카에는 후발,마나트,알우자,팔스 등 100여명에 이르는 이교도의 신을 모시는 사원들이 있었다. 메카의 기득권자들은 무함마드가 자신을 위협한다고 느꼈고,그를 암살하기로 결정한다. 무함마드는 암살 전에 메카를 빠져나와 메디나로 피신했다. 무슬림들이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사건을 '히즈라' 즉 무슬림 공동체가 생겨난 해를 의미한다.
이어서 무함마드 사후 차기 지도자인 네 명의 칼리프에 대해 소개하며,우마이야 · 아바스 · 셀주크 왕조를 차례로 설명한다. 십자군 전쟁과 오스만 · 사피비 · 무굴 왕조를 언급하며 당시 유럽의 타국 상황도 전해준다. 이슬람의 근대 산업 형성과 이스라엘과의 분쟁 및 서구 국가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조망한다.
마지막 장면은 9 · 11 테러다. 미국의 역사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소련의 몰락이 냉전의 몰락을 뜻하는 것만 아니라 역사의 끝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자유주의 자본가들의 민주주의가 승리를 거뒀으니 이제는 어떤 이데올로기도 덤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지하드주의자와 와하비파가 아주 다른 결론을 이끌어냈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웠던 지하드주의자들은 서구에 대항하는 그들의 작전 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다시 모여 들었다. 지하드주의자들의 첫 번째 단계는 그들 마음 속에 그리는 공동체를 아프가니스탄에 세우는 것이었으며,이런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와하비파의 자금으로 후원을 받는 지하드주의자들은 탈레반이 성장하도록 도왔다. 결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숨어든 과격 지하드주의자 중 일부 무리가 뉴욕에 있는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에 있는 국방부 본부에 납치한 항공기를 충돌시킬 계획을 꾸몄다. 2001년 9월11일,두 개의 세계사는 충돌했고 그로써 한 가지 결론이 확실히 내려졌다. 후쿠야마가 틀렸다는 것이다.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아랍 세계 전역에서 일어난 혁명의 물결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금 아랍 세계는 '민주화 운동'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