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희귀암' 얼마나 심각해졌길래…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4일(현지시간) 돌연 사임을 선언하면서 그의 현재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IT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잡스의 병인 '아일렛세포 신경내분비계암(islet cell neuroendocrine tumor)' 등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의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이 병은 미국 췌장암 환자의 1% 가량이 걸린다는 희귀병으로, 잡스는 2004년 췌장암 수술을 받고 2009년 간이식 수술을 거쳐 지난 1월에는 3번째 병가를 떠났다. 이날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자신 건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잡스는 하지 않았다.

시더스-시나이 메디컬센터의 췌장·간 전문의인 시몬 로(Simon Lo) 박사는 이와 관련 "이 같은 수술을 거친 경우 암이 번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때문에 잡스가 CEO직을 사임하게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몬 로 박사는 잡스의 치료를 담당하지는 않았다.

로는 이어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환자 가운데 4분의 3에 해당하는 비율이 간 이식 치료 후 2년에서 5년 사이에 암이 재발할 수 있다"며 "이 때엔 간에서 재발하거나 체내 다른 기관으로 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또 "환자들에게 면역억제제(장기 이식의 거부반응 예방 등에 쓰는 물질)를 투여할수록 자연 면역력이 떨어서 암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잡스가 앓는 희귀암은 95%가 5년내 사망하는 등 치사율이 매우 높다는 게 로 박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 암연구소와 샌프란시스코 대학 등에 따르면 이와 관련한 질병으로 간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가운데 80%는 적어도 5년은 살 수 있다. 또 이 암은 이전보다는 치료하기 쉬워졌고 치사율도 낮아졌다. 그러나 잡스는 치료 후에도 눈에 띄게 야위어 졌고 올 초에는 병가를 내면서 암 재발설과 함께 '6주 시한부설'도 잇따라 나왔다.

잡스는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IT기업 수장 등의 만찬에서는 뒷모습만 보였다가 지난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는 직접 아이클라우드 서비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잡스가 애플 이사회에 보낸 사임 서한에서도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이라는 등 건강 악화를 암시하는 표현이 나왔다. 이에 앞서 잡스의 전기 출간일이 당초 예정이었던 내년 3월에서 오는 11월로 앞당겨졌다는 소식도 전해져 건강에 대한 의문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