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 번 '에쓰오일 콘서트' 아시나요

인사이드 Story - 기업 사옥 로비, 문화공간 변신 중

코오롱·미래에셋·GS도 이벤트 장소 활용
지역주민 속으로…직원에게는 창의적 공간
에쓰오일은 지난 6월 서울 마포 신사옥으로 이사한 뒤 한 달에 두 번씩 사옥 로비 공연장에서 지역 주민을 위한 음악회를 연다. 질 좋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문화나눔네트워크인 시루와 문화예술 나눔 캠페인 협약도 맺었다.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사장이 새사옥 로비를 공연장으로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설계 때부터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월 둘째 주 수요일 결식 아동을 돕기 위한 주먹밥 나눔 콘서트를 여는 등 지역 사회와 젊은 예술가를 위한 공연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며 "공연이 열릴 때마다 200~300명의 지역 주민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이달 초 경기 과천사옥 로비에 상설 문화예술 공간인 '스페이스 K'를 열었다. 임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전시 · 공연 · 이벤트 · 강연 · 체험학습 등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이다. 이달 말까지는 '바람 바람 바람 전(展)'이 열린다.

미국 뉴욕에서 대나무와 나무를 이용한 설치미술을 해온 마종일 작가를 비롯해 일본의 페인팅 작가 나호 겐마 등이 바람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역 주민을 위한 메세나 공간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사옥 로비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림 전시회는 물론 체험공간 · 공연장 등으로 활용되면서 직원들에게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창의적 공간으로,지역 주민에게는 휴식과 문화공간으로 '일석이조(一石二鳥)'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자체 평가다. 서울 수하동에 있는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로비에서는 점심 때마다 피아노 공연이 펼쳐진다. 지난달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KF 열린 정오의 콘서트'를 열어 오페라 '파우스트' 중 아리아를 러시아어,이탈리아어,독일어로 부르는 공연을 했다.

센터원 인근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공연을 보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한층 여유롭게 오후 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GS그룹도 2006년부터 서울 역삼동 GS타워 지상 1층과 지하 1층에 미술 전시를 위한 더 스트리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미술산업협회 회원 소속 작가들은 물론 최윤정 김재선 채주희 씨등 국내 유명 작가들의 그림까지 다양한 작품을 전시, 강남권 문화공간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는 평을 듣는다. SK그룹은 2000년 12월 서울 서린동 사옥 4층에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미디어 아트 저변 확대에 힘쏟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1100명 이상의 작가가 아트센터 나비를 거쳐 중견작가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역시 2000년부터 서울 대치동 사옥 서관 2층 문화센터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월요아카데미,위대한 아마추어와 같은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대기업 사옥들은 일반인과 멀리 떨어져 있는 폐쇄형 공간처럼 통했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소비자와 호흡을 같이해야 기업도 성장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문턱이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ins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