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값 또 15% 폭락…하이닉스, 3년 만에 비상경영

원가 절반 밑으로 추락…삼성전자도 예의주시
이달 전반기 20% 가까이 하락했던 D램 값이 후반기에 또 급락했다. 하반기 반도체 기업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는 모습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5일 비상경영을 선포했고 삼성전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대만 반도체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D램 익스체인지는 이날 시장 주력제품인 DDR3 1Gb D램의 8월 후반기 고정거래가격이 0.52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전반기 0.61달러에 비해 14.8% 떨어졌다. 2009년 이 제품이 시장에 나온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시장 주력제품인 DDR3 2Gb D램 값도 1.19달러로 전반기 대비 9.2% 하락했다. 역시 사상 최저치다. D램 값 급락 여파로 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사업장에서 권오철 사장,김민철 부사장 등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영 선포식'을 가졌다. 선포식 직후에는 경비절감,신제품 적기 개발,생산성 향상 등 세 가지 대책도 내놨다. 이 회사가 비상경영에 나선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이다.

2008년 당시 하이닉스는 임직원 무급휴가 권장,임원 임금 최대 30% 삭감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실시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비상경영에 임금 삭감 등의 대책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안팎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데 따른 정신 무장을 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가 비상경영에 나선 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제품 가격 하락 여파로 3분기 영업적자 전환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의 재정 위기로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비상경영을 선포한 이유다. 시장에선 하이닉스가 감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값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결국 생산물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그러나 "감산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D램과 낸드플래시 두 부문에서 하이닉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후발 주자들인 일본,대만 기업들보다 먼저 감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n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