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주민투표가 남긴 것
입력
수정
25일 오전 서울 역삼동 강남구 선거관리위원회 1층 창고.어슴푸레한 조명 아래로 봉인된 투표함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밤새 강남구 116개 투표소에서 옮겨진 것들이다. 이들의 운명은 '30일 시한부'다. 서울시와 시교육청의 이의가 없으면 한 달간 보관된 뒤 폐기된다.
투표함은 말이 없지만 정치권의 뒤풀이는 시끌벅적하다. 여느 때처럼 아전인수격인 수사(修辭)와 주판 알 튀기기가 판을 친다. 개표 무산으로 민주당은 축제 분위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 ·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판단에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75% 시민들은 한나라당을 심판한 것"이라며 정권 심판론을 부추겼다. "17.8%로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은 손 대표 논리라면 시민의 82.8%가 반대한 것"이라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반박은 안중에도 없다.
승리에 고무된 곽 교육감은 "주민투표는 (총력전을 펼친) 국민투표였으며 무상급식 조례안 무효소송에서 서울시가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도 했다. '나쁜 선거 · 착한 거부''부자아이 · 가난한 아이'등의 이분법적 용어로 유권자들을 편 갈랐다는 자기 반성은 어느 곳에도 없다.
민주당 잔치엔 '투표거부''편가르기 선거' 논란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전면적 무상급식'이 의미하는 '복지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투표에 임했던 215만여명 유권자들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일 따름이다. 그래서 "반쪽선거와 공개투표를 유도하고,민주주의의 기본인 투표를 거부한 것은 민주주의의 오점을 남긴 것"(강규형 명지대 교수)이란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반쪽선거에서 25%를 얻은 것은 사실상의 승리"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당수 투표참여자가 '단계적 무상급식'에 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중도성향과 부동층을 어루만질 정책을 못 내놓은 채 투표자를 전부 자기 편으로 포함시키는 오류를 범해서다.
잔치(투표)가 끝나면 유권자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정치권의 구태가 어김없이 재연된 셈이다. 열리지 않았다고 무시한다면 어두운 창고 속에서 봉인된 215만 유권자의 표심이 다음 선거에선 어떻게 표출될지 자못 궁금하다.
김태철 지식사회부 기자 synergy@hankyung.com
투표함은 말이 없지만 정치권의 뒤풀이는 시끌벅적하다. 여느 때처럼 아전인수격인 수사(修辭)와 주판 알 튀기기가 판을 친다. 개표 무산으로 민주당은 축제 분위기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 ·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판단에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75% 시민들은 한나라당을 심판한 것"이라며 정권 심판론을 부추겼다. "17.8%로 당선된 곽노현 교육감은 손 대표 논리라면 시민의 82.8%가 반대한 것"이라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반박은 안중에도 없다.
승리에 고무된 곽 교육감은 "주민투표는 (총력전을 펼친) 국민투표였으며 무상급식 조례안 무효소송에서 서울시가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도 했다. '나쁜 선거 · 착한 거부''부자아이 · 가난한 아이'등의 이분법적 용어로 유권자들을 편 갈랐다는 자기 반성은 어느 곳에도 없다.
민주당 잔치엔 '투표거부''편가르기 선거' 논란 등 온갖 악재 속에서도 '전면적 무상급식'이 의미하는 '복지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 투표에 임했던 215만여명 유권자들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일 따름이다. 그래서 "반쪽선거와 공개투표를 유도하고,민주주의의 기본인 투표를 거부한 것은 민주주의의 오점을 남긴 것"(강규형 명지대 교수)이란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반쪽선거에서 25%를 얻은 것은 사실상의 승리"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상당수 투표참여자가 '단계적 무상급식'에 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중도성향과 부동층을 어루만질 정책을 못 내놓은 채 투표자를 전부 자기 편으로 포함시키는 오류를 범해서다.
잔치(투표)가 끝나면 유권자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정치권의 구태가 어김없이 재연된 셈이다. 열리지 않았다고 무시한다면 어두운 창고 속에서 봉인된 215만 유권자의 표심이 다음 선거에선 어떻게 표출될지 자못 궁금하다.
김태철 지식사회부 기자 synergy@hankyung.com
일당 800만원인데
희생자라며…
희생자라며…
"20대의 연애는
실패하는게 도움"
실패하는게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