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헬스] 복강경 수술의 진화…구멍 하나만 뚫고 로봇 팔이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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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수술법 비교해보니내시경 및 수술기구의 발달로 과거처럼 배를 10㎝ 이상 절개하지 않아도 복강에 있는 장기를 수술할 수 있는 시대다. 간과 담낭,신장,위,소장,대장,생식기 등의 장기는 복강이란 그릇에 담겨 있는 꼴이다. 다만 췌장은 위 · 간 · 담낭 · 십이지장 · 비장 · 척추뼈 사이의 공간에 꼭꼭 숨어있고 간담과 신장은 갈비뼈,생식기는 골반뼈에 일부 가려져 있어 수술기구의 접근이 다소 어려울 뿐 모두 복강을 통과해 수술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복강경, 복강경보다 더 절개하지만 안정성·정밀도 높아
로봇 수술, 출혈 적고 회복 빨라…비싼만큼 유용한지 검증 中
개복수술을 대신해 복강경수술과 내시경수술이 양대산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중 복강경수술은 내시경 구멍을 하나만 뚫은 단일공(싱글포트)수술,개복수술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복강경 수술로 진화했다. 최근 확산 추세인 로봇수술도 크게 보면 발전된 복강경 수술의 하나다. 주요 복강경 관련 최신 수술법의 장단점을 비교해본다. ◆복강경수술 vs 개복수술
복강경수술은 복부에 3~5개의 투관침을 삽입해 한두 개 투관침에는 카메라를,나머지에는 집게 메스 등 수술기구를 삽입해 수술한다. 투관침의 지름은 0.5~1㎝로 흉터가 작게 남으며 세월이 흐르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가 된다. 개복수술과 비교할 때 복강경수술은 수술 후 통증,장(腸) 마비가 적고 입원 및 회복기간이 짧다.
개복은 흉터도 크게 남기지만 상처가 아물면서 광범위한 조직의 대사과정을 수반해 예기치 않은 합병증과 이로 인한 회복 지연을 초래한다. 따라서 복강경수술은 흉터만 줄이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비교 우위를 가진다. 현재 개복수술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술이 복강경수술로 가능해졌다. 다만 진행성 위암과 같은 악성종양,예전의 복부수술로 인한 심한 장 유착,심폐기능이 크게 약화된 환자에게는 복강경수술을 적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전체 복부수술의 20~50%를 복강경수술로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06년 6월부터 일부 복강경수술에 대한 건강보험급여가 인정돼 이 비중이 30%를 웃돌고 있다. ◆투관침 숫자를 하나로
복강경수술 시 3~5개의 투관침을 하나로 줄이면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배꼽 부위 한 곳만을 절개해 내시경과 수술기구를 동시에 삽입하는 단일공 복강경수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김용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2008년 이 방법으로 자궁절제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행한 데 이어 2009년 2월에는 세계 최초로 자궁근종절제술 및 자궁경부암절제술에 성공했다. 작년 11월 단일공법을 이용한 부인과 수술이 600건을 돌파한 데 이어 오는 9월 1000건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삼성서울병원 한양대구리병원 등 전국 여러 병원에서 이 수술을 활성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미용을 중시하는 여성의 특성상 단일공법의 매력과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개복수술 · 복강경의 장점을 하이브리드
대장암처럼 큰 조직을 복강경수술로 절제할 경우 많은 조직량에서 일일이 투관침을 꺼내려면 많은 시간이 들거나 아예 불가능하다. 개복과 달리 외과의사가 직접 환부를 포함한 장기를 만져보지 못하기 때문에 정밀한 수술이 어렵고 더러 대량 출혈이 발생하면 즉각 대응도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게 하이브리드 복강경수술이다. 우측 대장암을 절제할 경우 배꼽을 중심으로 5~6㎝ 절개창을 내고 여기에 '젤 포트'라는 멸균장갑을 낀 손을 집어넣는 기구를 삽입한 후 배꼽 위 · 아래 두 군데에 투관침을 넣어 각각 내시경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2008년 11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94건의 하이브리드 수술을 시행한 황대용 건국대병원 대장암센터 소장은 "하이브리드 수술은 의사의 손을 활용해 더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고 개복수술에 비해 회복기간을 3일 정도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술의 안전성과 정밀도를 위해 하이브리드 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미용 중시 경향과 과잉 홍보의 영향으로 하이브리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로봇수술로 건너 뛴 느낌이 있다"며 "로봇수술은 수천만원의 비용에 비례하는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대한 검증이 덜 됐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로봇수술이 대세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의료계 일각에서 로봇수술의 유용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이 분야를 선도해온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측이 첫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병원은 25~27일 열리는 국제심포지엄에서 로봇수술이 유용한 43가지 수술,58개 적응증을 설정했다. 현재 외국에서는 성(性)신경과 배변 · 배뇨신경이 다치기 쉬운 전립선암 수술에 국한해 그 유용성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이드라인에서 기존과 달라진 것은 갑상샘암 및 측경부 림프절 전이는 집도의에 따른 수술성적의 차이가 커 일정 수술실력을 인정받은 의사에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 병원 정웅윤 외과 교수는 "위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면 수술 후 5일 내 퇴원하는 비율이 61%로 복강경수술의 48.8%에 비해 높았으며,출혈량은 로봇수술이 복강경수술 및 일반 개복수술보다 38~67%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나가면 로봇수술의 유용성이 차츰 검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