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먹고 자란 무디스ㆍS&P…공정한 채점관인가?

글로벌 워치 - 세계경제 '新권력'…3大 신평사 대해부

대공황부터 덩치 키워…75년 美정부 공인 후 성장
100~150년 역사…등급 강등 땐 기업 자금조달 타격

"세상에는 두 개의 슈퍼 파워가 있다. 미국과 신용평가사 무디스다. 때로는 어느 쪽의 힘이 더 센지 헷갈릴 때도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글로벌 경제의 향방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은 어디일까.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업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미국과 유럽,일본의 경제 성적표를 매기고,이것에 따라 경제위기가 촉발되거나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Fed),국제통화기금(IMF) 등과는 다르지만 그들과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위기'가 권력 키우는 계기

S&P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무디스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앞서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국가들은 주요 신평사들로부터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을 부여받았다. 신평사의 신용등급 조정 후엔 각 나라의 주가가 폭락하거나 환율이 급등하는 등 충격이 이어졌다.

1930년대 경제불황기부터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워온 신평사들은 이처럼'위기'를 자양분 삼아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부터 △1998년 러시아 경제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2011년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올해 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까지 각종 위기가 신평사의 권력을 키우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들 신평사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1990년대 이후지만 3대 신평사는 100~150년의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S&P는 1860년 헨리 바넘 푸어가 '미국의 철도와 운하 역사'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당시 미국 철도 관련 기업 등의 금융 · 영업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작했다. 루터 리 블레이크가 철도기업 이외 업체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스탠더드스태티스틱스와 합병하면서 오늘날 S&P의 모습을 갖췄다.

창업자 존 무디스가 1900년 존무디앤드컴퍼니를 설립하면서 등장한 무디스는 1909년 '철도투자연감'을 발행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정부와 금융회사,광산,제조업 등 일반 기업의 채권과 주식에 대한 정보 및 통계도 제공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1930년대 경제대공황 당시 도미노 파산사태 속에서도 살아날 기업을 정확히 지목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최근 S&P로부터 '한방' 얻어맞긴 했지만 신평사를 키운 것은 미국 정부였다. 미 재무부는 1931년 통화감독청(OCC)을 통해 자산평가를 할 경우 신용등급 적용을 의무화하면서 신평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했다. 1975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3대 신평사를 국가공인 신용평가사(NRSRO)로 지정하면서 막강한 파워를 누리게 됐다.
◆밉보인 대가는 막대한 조달비용

글로벌 신용평가시장에서 무디스와 S&P는 약 4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피치가 1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3대 신평사가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신용평가 결과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큰 차이가 나는 점이 지적된다.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면 즉시 해당국 금융사와 기업은 낮은 금리로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반면 등급이 강등되면 자금 융통에 즉각 타격을 입는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될 경우 은행들은 외부에서 돈을 차입할 때 연 0.05%의 리보 가산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신평사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기관,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에 등급을 매겨주고 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때로는 특정국 금융회사나 기업의 신용 상태를 조사해주고 대가를 받기도 한다. 신용평가 작업은 재정과 경상수지,부채비율,외채관리 등 경제적 위험요인과 함께 정치적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욱/김희경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