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호칭 못 바꾼다

화폐 재발행에만 2000억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사라질 뻔했던 한국은행 '총재' 호칭이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호칭 변경에 따른 비용이 예상밖으로 커 국회가 이를 향후 과제로 미뤘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소위는 지난 22일에 이어 25일 총재 호칭을 대신할 방안을 검토했으나 대안을 찾지 못해 차기 한은법 심의 과정 때 재차 논의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은 총재 호칭을 바꾸려면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가장 큰 난관은 화폐 교체 비용이었다. 한은은 최근 국회 제출 자료에서 '총재' 호칭을 바꾸면 우선 유통 중인 화폐를 모두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이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동전에는 '한국은행'만 인쇄돼 있지만 1000원권,5000원권,1만원권,5만원권 지폐 앞면에는 '한국은행 총재' 글자와 직인이 찍혀 있다. 총재 명칭이 바뀌면 새 화폐를 찍어내야 하고 시중은행에서 한은으로 돌아오는 지폐도 새 지폐로 바꿔야 한다.

화폐가 바뀌면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물론 전국의 음료수 자판기 프로그램까지 교체해야 한다. 기존 ATM이 새 화폐를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7년 1만원권 신권이 나왔을 때도 자판기 생산업체들이 프로그램을 제때 바꾸지 않아 영세업자들이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회 관계자는 "경제가 어렵고 물가도 치솟는 상황에서 비용을 들여 전국의 수많은 자판기까지 고쳐야 한다면 부작용이 더 클수밖에 없다는게 소위의 견해였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