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에 막힌 구제금융…그리스 국채금리 사상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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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러시아 방문 일정 취소…재정안정기금 문제 논의키로그리스 구제금융안이 담보 문제에 가로막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면서 그리스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26일 로이터에 따르면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는 25일 장중 18.54%까지 치솟아(국채 가격 하락)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물 금리도 장중 44.92%까지 급등해 역시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스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지난 16일 그리스가 핀란드에 한해서만 구제금융 참여 조건으로 현금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협약을 맺은 것이 유로존 회원국들의 불만을 산 탓이다. 자칫 지난달 합의한 109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안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리스 국채 가격이 폭락했다. 유로존 일부 회원국의 재무관료들은 26일 실무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9월 초로 예정된 러시아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월 초 독일 연방하원이 유로존 재정위기와 관련해 유로존재정안정기금(EFSF)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메르켈 총리가 러시아 일정을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핀란드는 담보 문제에 대해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타 우피라이넨 핀란드 재무장관은 "담보가 확보되지 않으면 그리스 2차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