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본드 시장, 금융위기 이후 '최악 돈가뭄'

위험회피…투자자 썰물
미국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정크본드(투자부적격등급채권) 수요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기업들과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차입매수 · LBO)하는 사모펀드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크본드 가격 동향을 표시하는 바클레이즈캐피털의 고수익채권 지수는 8월 들어 -5.1%로 하락했다.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크본드와 미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바클레이즈캐피털의 고수익채권 지수와 미 국채와의 스프레드는 7월 말 5.87%포인트에서 이번주 7.66%포인트까지 확대됐다. 2009년 11월 이후 최대치다. 정크본드 가치가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개인투자자들이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에서 돈을 빼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 유출로 펀드매니저들이 정크본드를 팔아치우면서 채권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2009년 3월부터 올 2월까지 438억달러를 고수익 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8월 들어 46억달러를 환매했다.

채권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자들에 비해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도 최근 정크본드 수요가 줄어든 원인 중 하나다. 주식 투자자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완화 정책 기대 등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채권 투자자들은 설사 Fed가 새로운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해도 경기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