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日민주 대표 사퇴…'15개월 총리' 불명예 퇴진

오자와, 가이에다 지지 선언…마에하라 前외상과 양강구도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사진)가 26일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에서 퇴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간 총리는 29일 선출되는 신임 당대표에게 다음달 초 총리 자리를 넘기고 물러난다. 작년 6월 취임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간 총리는 이날 "퇴진 조건으로 제시했던 적자국채발행법과 재생에너지특별조치법이 무사히 통과된 만큼 지난 6월 약속한 대로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그동안 주어진 조건하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 구조인 만큼 당대표 퇴진은 곧 총리직 사임을 의미한다. 일본 94대 총리로 작년 6월 취임한 간 총리는 지난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취임 초기 내걸었던 '소비세 인상안'도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았다.

29일 치러지는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과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산업상의 양강 구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NHK 등에 따르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측근 의원들에게 가이에다 경제산업상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마에하라 전 외상의 대항마로 하토야마 전 총리의 측근인 가이에다를 선택한 것이다.

현재 오자와 그룹 의원은 약 120명,하토야마 그룹은 30명가량으로 모두 합할 경우 150명에 달해 당대표 경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당 의원 수는 총 398명이다. 마에하라 전 외상 계파 의원은 약 60명으로 열세지만 당내 중도세력과 새로운 정치를 희망하는 젊은 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낼 경우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두 후보 외에도 당 주류파에 속하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과 중도파에 속하는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 농림수산상,마부치 스미오(馬淵澄夫) 전 국토교통상 등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특히 노다 재무상 등 군소 후보들이 막판에 사퇴하며 당 주류파의 단결을 호소할 가능성이 있고 오자와 · 하토야마 그룹 내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어 막판까지 혼전이 예상된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