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지름길…서울시장 선거는 '차기' 경연장

인사이드 Story - 서울시장직에 목매는 정치인

20조 예산 쥐락펴락…정치적 위상 총리 능가
외교·국방·통일 뺀 '미니 대한민국의 소통령'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주소지를 서울로 옮겼다. 경기 안산시 단원갑에서 내리 4선을 한 야당 중진의원이 지역구를 버리고,둘째 딸이 살고 있는 관악구 청룡동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바꾼 것.

그가 부랴부랴 주소지를 옮긴 것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서다. 선거 규정상 타지역 거주자는 보궐선거일(10월26일) 60일 이전(8월28일)에 해당 지역에 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6일이 금요일이어서 사실상 이날이 마감일이었다. 천 의원은 이날 주소지를 옮기면서 "안산에서 15년 살았지만,시골에서 올라와 주로 생활한 곳이 서울"이라며 "안산시민들도 국가를 위한 일이고 역사의 진전인 만큼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여야에서 서울시장직에 도전하겠다는 인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천 최고위원을 포함, 자천타천으로 이미 10여명의 이름이 거론된다.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 고승덕 권영세 박진 의원이,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이인영 원혜영 의원 등의 이름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도 출전채비를 갖추고 있다.

민주당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민주당은 경쟁이 치열한 반면,불리하다는 평가의 한나라당에선 서로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그중에는 천 최고위원처럼 15년 동안 정든 지역구를 버리고 출마를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5선을 할 수 있는 지역구인데도 말이다. 왜 정치인들은 서울시장에 열광할까. 가장 큰 이유는 서울시장직이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서울시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미니 국정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일단 서울시 규모가 그렇다. 서울시엔 우리나라 전체 인구 5051만명(지난해 말 기준)의 20.4%인 1031만명이 산다. 5명 중 1명꼴이다. 서울시 예산 규모는 연간 20조원(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7%에 이른다.

서울시 조직은 정부 행정조직의 축소판이다. 외교와 통일, 국방을 빼고는 거의 모든 행정부처 기능이 들어 있다. '서울시장의 정치적 위상이 국무총리를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역대 민선 서울시장이 대통령선거 때마다 강력한 대권주자로 꼽혀온 배경이기도 하다.

2대 서울시장을 지낸 윤보선 씨가 4대 대통령으로 1960년 취임했고,1995년 부활한 민선시장에 당선된 조순 전 시장도 한때 강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됐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2년부터 4년간 서울시장을 지냈다. 오 시장도 여당인 한나라당의 대권 후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