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합병 무산이 오히려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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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상장 알톤스포츠 7% 하락…화신정공은 7일간 32% 급락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상장된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합병이 무산된 스팩주가 오히려 상승세를 타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합병무산 대신스팩은 5일째 상승
이에 따라 스팩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청산해서 스팩 공모자금에 대한 이자나 받는 게 낫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중견 · 중소기업의 자본조달 활성화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팩 새내기주 줄줄이 추락
26일 신영스팩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자전거업체 알톤스포츠는 상장 첫날 시초가보다 6.94%(470원) 하락한 6300원에 장을 마쳤다. HMC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지난 17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자동차 부품업체 화신정공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신정공은 이날 6.97% 올라 반등에 성공했지만 상장 이후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이 기간(17~25일) 32.65% 급락했다.
기관 대주주들이 반대해 전날 썬텔과의 합병이 최종 무산된 대신증권그로쓰알파(대신스팩)는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 0.56%(10원) 오른 178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부국퓨쳐스타즈스팩도 정보보호장치 납품업체 프롬정보통신과의 합병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얻지 못해 합병이 취소됐지만 최근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올랐다.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는 스팩주도 최근 상승세다. '1호 스팩'인 대우증권스팩은 22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단기차익 노린 투기종목으로 전락화신정공과 알톤스포츠가 합병 후 약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경제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로 촉발된 조정기에 합병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합병 후 상장 타이밍이 안 좋았다는 평가다.
미래성장성을 보고 투자하는 스팩의 기본 취지와 달리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상장되자마자 매물을 던지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스팩의 주요주주인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차라리 청산 후 이자를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트레이드증권과 일본계 투자금융회사인 SBI프라이빗에쿼티가 공동으로 설립한 이트레이드 · SBI스팩은 최근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스팩은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공모가의 90% 이상은 돌려받을 수 있다. 설립 후 3년 내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청산하면 연 4%대 중반의 예금금리를 챙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합병대상 기업의 가치평가 과정에 족쇄가 채워져 있어 주주들에게 이익이 가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규제를 과감히 풀지 않으면 스팩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현/안상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