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KIKO 사태'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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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엔高로 기업 손실…외환 파생상품 분쟁 늘어외환 파생상품에 가입했다가 급격한 엔고(高)로 손실을 입은 일본 기업들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손실 분담 비율을 놓고 기업과 은행 간 분쟁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판 '키코(KIKO) 사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외환 파생상품의 손실액이 커지면서 전국은행협회에 분쟁 해결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율 파생상품에 대한 기업의 분쟁 신청 건수는 2009년 36건에서 작년엔 172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2분기(4~6월)에만 110건에 달한다. 일본 전국은행협회는 금융거래와 관련한 분쟁을 중립적 입장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은행협회의 중재로 은행이 일정 부분 손실을 분담하기로 한 사례도 올 2분기에만 5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전국은행협회는 분쟁 신청 접수 창구를 지방 주요 도시로 확대하고 있어 신청 건수와 중재 건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손해를 본 기업들은 '속았다'는 반응이다. 외환 파생상품에 가입할 때 은행 측으로부터 손실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은행들이 기업에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외환 파생상품 가입을 강요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은행들이 분쟁 해결을 위해 건당 수억엔의 위약금을 물고 있다"며 "대형 은행은 100억엔 이상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 가운데 외환 파생상품에 가입한 곳은 전국적으로 1만9000개에 이른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