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린' 美강타…월가도 긴급대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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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사망…뉴욕 지하철 올스톱
BOA 등 은행 50개 지점 문닫아…오바마, 9개州 비상사태 선포
뉴욕증권거래소가 365일 게양하던 초대형 거래소기(旗)를 27일(현지시간) 내렸다.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린'이 맨해튼 남쪽에 위치한 월스트리트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사들은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모든 자료를 USB 등 외부 저장장치에 임시 저장해놓으라"고 지시했다.
3년 전 금융위기라는 태풍을 맞았던 월스트리트가 이번엔 진짜 태풍을 맞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의무 대피 명령을 내린 '존A(Zone A)' 지역에 포함돼 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태풍 피해 예상 지역에 위치한 은행들은 재량에 따라 문을 닫으라고 충고했다. 이에 따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이날 50개의 지점 문을 닫았다. 금융회사들은 침수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핵심 사업부를 태풍 피해가 없는 지역으로 임시 이전할 계획이다. 씨티그룹과 노무라증권도 29일(월요일) 직원들이 월스트리트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할 방침이다. JP모건체이스는 비상시에도 트레이딩룸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 임시 발전기를 준비했다.
미국 동부 해안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허리케인 아이린은 세력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하고 있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메릴랜드 등지에서 12명이 사망했고 400만여 가구와 업소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뉴욕시는 사상 처음으로 침수 예상 지역 주민들에게 의무 대피 명령을 내리고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거리의 슈퍼마켓은 식료품을 사두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뉴욕의 주요 공항이 모두 운영을 중단하면서 1만여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방문해 9개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허리케인 아이린은 시속 28㎞로 북동쪽으로 전진하고 있으며 28일 낮 12시(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한 뒤 뉴잉글랜드를 거쳐 열대성 태풍으로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