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정일 방러의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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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남·북·러 가스관 연결 동의국내외 언론의 관심 속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 8 · 24 정상회담이 끝났다. 그 결과와 앞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經協기회 활용…대담한 접근 필요
북 · 러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먼저 북한은 정치적으로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있다. 경제적으로는 러시아 가스관 한반도 연결 사업에 반대하지 않으며 가스관 연결 사업을 위해 러시아가 제의한 남 · 북 · 러 3국간 특별위원회 설치에 동의했다. 더 나아가 한반도에 러시아 가스관 연결 사업이 시작되면 남 · 북 · 러 '단일 전력망 연결'사업과 최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포린어페어스' 기고로 관심이 한층 높아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에도 큰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북 · 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한반도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예상해보자.먼저 러시아는 북한카드를 잘 활용해 낙후된 동쪽 시베리아 지방과 극동지방을 남 · 북 · 러 경제협력을 통해 개발해 중국의 경제적 영토 위협 극복,북핵문제 해결 주도,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극대화라는 목표를 진전시켰다.
북한은 이번 북 · 러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해왔던 경제외교를 탈피해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통해 2012년 '강성대국 원년' 선포,북한 김정은 후계자에 대한 묵시적 지지와 체제 유지,그리고 가스관 연결 등 경제적 이익에서 성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5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동부 시베리아 울란우데까지 와서 김 위원장을 만난 점 등 국제사회에서 김 위원장과 북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국내외에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한이 중국에 대해 정치적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반면에 중국 입장은 북한에 대해 경제적 협력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외교에 더 관심을 가져왔다. 중국은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충족시키지 못해왔다. 중국도 북 · 러 관계가 갑자기 가까워지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관심은 장기적으로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미국과의 외교적 견제는 항상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좋은 관계를 가져갈 필요성이 있고 다른 하나는 지리적으로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에 가로막혀 있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러시아와 북한의 문을 두드려왔는데 지금까지 큰 진전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 북 · 러 정상회담의 결과가 실현되면 중국에도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북 · 러 정상회담은 사전에 러시아와 중국,북한과 중국의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일본의 입장은 다소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번 북 · 러 정상회담에 촉각을 세우고 큰 관심을 가져왔으며 회담결과에 대해서는 애써 말을 아끼고 평가절하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관련 전문가들은 북핵문제의 사전 해결책 없는 이번 북 · 러 정상회담이 남 · 북 · 러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기는 무리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 또한 북한 핵문제 해결에서 주도권을 쥐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잃고 싶지 않음이 분명할 것이다.
우리의 입장은 더 중요하다. 무조건적 6자회담 재개라는 북한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입장은 미국,일본 그리고 대한민국의 사전에 비핵화 조치 이행이라는 조건이 따르는 6자회담 입장과 다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북한의 진정성이 요구된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가스관 연결사업 추진 시 동시에 남 · 북 · 러 '단일 전력망 연결' 사업도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하다. 모처럼 북 · 러 정상회담으로 기회가 온 남 · 북 · 러 경제협력의 기회를 잘 활용하는 대담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차윤호 < 경남대 법학 교수 / 러시아 연방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