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포인트로 200억 기부 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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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가 in & out고객이 쓰지 않아 소멸된 신용카드 포인트로 해마다 2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키로 했던 카드업계가 소멸 포인트와 상관없이 시장점유율에 따라 돈을 나눠내기로 했다. 소멸 포인트가 없는 회사를 감안하지 못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점유율 따라 기금 내기로…이번 주 70억 규모 지원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금 조성에 참여한 전업계 카드사 7곳은 200억원 가운데 절반을 나눠내고 나머지 100억원은 시장점유율에 따라 부담키로 했다. 당초 카드업계는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이행 중인 사람에게 소액을 대출하거나 영세 가맹점주의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용도로 쓰겠다며 보통 5년이 지나면 사라지는 신용카드 포인트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신용카드 소멸 포인트는 115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카드업계에 늦게 뛰어들어 소멸 포인트가 없는 신용카드회사는 어떻게 돈을 내냐는 것이다.
하나SK카드는 2009년 출범해 기금으로 내놓을 포인트 자체가 없다. 2003년 말부터 카드업을 본격 시작한 롯데카드도 기금을 낼 정도의 소멸 포인트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다. 카드사들은 할 수 없이 200억원 중 절반은 똑같은 비율로 나눠 내고 나머지는 시장점유율만큼 추가 부담하는 방식이 도입했다. 이에 따라 2009년 말 출범한 하나SK카드는 15억원을 내는 것으로 결정됐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2014년까지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소멸 포인트가 나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차원에서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도 매년 20억원 이상 기부키로 했다.
은행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비씨카드는 40억원을,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37억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KB국민,현대,삼성은 각각 26억~30억원을 분담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업계에 대한 사회적 호감도를 높이는 것은 좋지만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업계 하위권이나 상위권이 기금액에 크게 차이가 없는 부작용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여신금융협회는 이번 주에 사회공헌기금 첫 사업으로 금융소외자에게 70억원 규모의 소액금융지원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