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친, 남자 경보 20km 2연패…역도ㆍ트랙 선수 거처 경보 황제로

1시간 19분 56초 기록, 2위에 31초 앞서 골인
'숱한 부상의 아픔 딛고 경보 황제로.' 남자 경보 20㎞에서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를 달성한 발레리 보르친(러시아)은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부상을 극복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선수다.

보르친은 28일 대구에서 열린 남자 경보 20㎞에서 1시간19분56초의 기록으로 같은 팀의 블라디미르 카나야킨(1시간20분27초)과 간격을 크게 벌리며 우승했다. 보르친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연달아 제패하며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처음부터 경보를 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열 살 때 역도를 시작했다가 100일도 채 지나지 않아 육상 트랙으로 종목을 바꿨다. 지구력과 인내력이 뛰어났던 보르친은 3000m와 5000m에 집중했으나 무릎 부상을 겪으면서 트랙에서 내려와야 했다.

달리기에서 경보로 방향을 튼 것은 다른 선수들보다 늦은 17세 때였다. 통증이 적은 경보 종목에서 그는 입문 3년 만인 2006년 유럽선수권대회 2위에 오르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에 섰다. 그와 경쟁했던 제퍼슨 페레스(에콰도르)와 프란시스코 페르난데스(스페인) 등 당시 최강자들은 패배를 인정하고 은퇴하거나 50㎞로 전향했다.

독주 체제를 갖춘 보르친은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볍게 정상에 올랐고 2008년 5월 이후 연승 행진을 거듭했다. 지난해는 시련과 인내의 시기였다. 보르친은 잦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며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채 재활훈련에 집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르친은 2연패에 성공한 뒤 "지난해 부상을 딛고 치른 공식 복귀전이었기에 조심스러웠지만 러시아 속담에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마지막에 샴페인을 들이켤 수 없다'고 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남자 경보 20㎞에서 메달을 기대했던 김현섭은 아쉽게 6위에 그쳤다. 김현섭은 1시간21분17초의 기록으로 이 종목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