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사회적 약자에 교육 기회…성공 사다리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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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5000억 사재 출연"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충분한 교육기회를 부여해 사회적 계층 이동에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
평소 '등록금 대출 대학생' 안타깝게 생각
29일 계좌이체…汎현대家 2주 새 1조 출연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28일 개인재산 5000억원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출연하면서 내놓은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사회적 약자층도 충분한 교육 기회를 갖고 이를 통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사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재계 일각에선 31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 회동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를 통해 밝힌 '공생발전' 아젠다에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그러나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 기여 방안을 오랫동안 고심해온 정 회장이 저소득층 인재 육성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분야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발표문에서 "저소득층 인재 육성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 기부로는 최대인 5000억원을 통 크게 내놓은 배경이라는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MK의 통 큰 사회공헌정 회장의 출연금은 최우선적으로 저소득층 자녀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미래 인재로 육성하는 데 쓰인다. 비싼 학자금으로 인해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 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저소득층 대학생들을 지원하는 데도 사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평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고 어려움에 빠진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출연금 운영을 담당할 해비치재단은 조만간 각계의 의견을 들어 저소득층 우수인재를 발굴해 육성하기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마련,운영하기로 했다. 문화 · 예술 · 체육 분야의 저소득층 우수인재 양성과 미래 첨단분야 과학영재 발굴 · 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 등에도 쓰인다. 해비치재단은 정 회장이 2007년 사회공헌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2013년까지 8400억원 상당의 사재 출연을 약속하면서 설립된 공익재단으로 지금까지 장학지원 및 다문화가정 교육지원,문화예술 교육지원 사업 등을 벌여왔다.
정 회장은 29일 주식시장 개장 전 계좌이체 형식을 통해 해비치재단에 5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출연하게 된다. 글로비스 지분은 18.11%에서 11.09%로 줄어든다. 26일 종가 19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출연 주식은 263만여주,7.02% 정도다.
글로비스 주식은 정 회장 외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1.88%,현대차가 4.88%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해비치재단 이사회가 현대차그룹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번 지분 증여에 따른 세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그룹들도 사회공헌 고민
정 회장의 5000억원 사재 출연으로 범(汎)현대가는 최근 2주 새 무려 1조원을 공익재단에 내놓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앞서 현대중공업 등 현대가(家) 기업과 오너 경영인들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5000억원 규모의 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당시 정 회장의 동생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사재 2000억원을 기탁하자 이 대통령이 "굉장히 잘한 것"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LG SK 등 다른 그룹들도 청와대 회동을 전후로 공익재단 추가 출연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형식적인 기금 출연이 아니라 구체적이면서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익사업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