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소셜미디어는 기업에 양날의 칼…'부정적 불씨'는 초기에 잡아야"

소셜미디어 마케팅 권위자 존 다이튼 美 하버드대 교수

새로운 패러다임 소셜미디어
자발적인 만큼 파급력 엄청…브랜드 취약 기업엔 新기회
전파 속도·범위 예측불허…정보 왜곡 전달 땐 치명적 毒

창업가 정신 회복 시급
美선 MBA과정 마치면 엔젤투자서 창업 적극 권유
한국도 창의성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더 많아져야

"다양한 곳에서 광범위하게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은 전통적인 마케팅보다 훨씬 파워풀합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서 기업이 살아 남으려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고객들,외부 마케터(marketer)를 잘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소셜미디어 마케팅의 권위자인 존 다이튼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부 마케터의 활동이 파워풀하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에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두희 한국마케팅학회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이 지난 26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다이튼 교수를 만나 '소셜미디어 시대의 기업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다이튼 교수는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기업들은 소셜네트워크 구축에 좀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스티브 잡스에 대해선 "창의적인 기술개발 능력뿐만 마케팅에도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다"고 평했다. ▼소셜미디어의 확대로 기업 마케팅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로 이뤄진 외부 마케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내부와 외부 두 가지 카테고리에서 마케터들을 관리해야 하는 '뉴 마케팅 패러다임'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부 마케터,다시 말해 전문가들의 일방적인 마케팅은 지루한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소셜미디어 마케팅은 다양한 곳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신선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예를 들면 특정 장소를 카메라에 담을 때 프로 사진작가는 정해진 매뉴얼대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지만 일반인,아마추어들은 제 각각 매우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

▼전통적인 마케팅은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가장 중시합니다. 커뮤니케이션도 사내 마케터 위주로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습지요. 외부 마케팅은 전통 마케팅과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외부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고객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지며 그 파급력도 훨씬 크다고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 마케터의 활동은 기업에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의 광범위성과 빠른 속도를 감안할 때 한번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일반적으로 부정적이거나 극단적인 정보가 반향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기업들이 상당히 애를 먹게 됩니다. "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기업들은 자신들이 특정 메시지를 정해서 전달하는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해왔지만,소셜미디어시대에는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를 통제하려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마케터들을 효과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부 마케터의 자율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양육(Nurture)마케팅'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살피면서,물이나 햇빛 혹은 영양분 등을 공급해줘야 한다는 뜻이겠죠.부정적인 불씨는 초기에 잡고 긍정적인 불씨는 활성화시키는 게 양육마케팅의 목표이지만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

▼기업들이 어떤 정보를 막기 위해 애를 쓰면 외부 마케터들은 그 정보를 더 빠른 속도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기업에 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은 내부적인 투명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전체 사회에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이기도 합니다. "

▼전문가들은 과거 인터넷 시대가 막 도래했을 때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현상'을 예견했습니다. 정보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경제적 · 사회적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이론은 이제 틀린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리버스 디지털디바이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다수의 대중,또는 특정 계층이 인터넷을 통해 세력화하고 힘을 키우는 것이죠."

▼한국 사회에선 2002년 월드컵 때 수백만명이 길거리 응원을 하고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일어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이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도 모두 그와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인류 역사상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은 사례는 이슬람,기독교 등 종교가 거의 유일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약 5년 만에 6억명에 이르는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하나의 사회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일반 대중들의 군집현상은 세계적이며 막을 수도 없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들의 파워를 유용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업 마케팅에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소셜미디어는 지역적인 동시에 글로벌한 '글로컬'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K-팝 열풍을 보면 소셜미디어가 한국의 문화산업에 매우 큰 기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 등 문화콘텐츠는 굉장히 창의적입니다. 콘텐츠 경쟁력과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에 인접해 있는 지리적 이점이 시너지를 발휘해 한류가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K-팝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퍼졌듯 이제는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봅니다. "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창업가 정신이 회복돼야 할 것입니다. 엔젤투자 등 벤처캐피털 투자가 많아야 젊은이들이 창의성과 혁신에 대한 열정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학생들 중에는 석사과정을 마친 후 취직하지 않겠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엔젤투자자들이 10만~100만달러씩 줄 테니 창업해보자는 제의를 해오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엔젤투자자들이 학교와 연계해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형태가 많은데 한국도 그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

▼스티브 잡스의 갑작스러운 사퇴 소식에 그를 존경하는 많은 기업인들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잡스가 없는 애플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잡스의 천재성은 휴대기기와 모바일 운영체제(OS),아이튠스토어라는 세 가지 기술을 융합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잡스가 떠난 후에도 융합을 바탕으로 한 애플의 경쟁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은퇴 발표 이튿날 애플 주가는 매우 소폭 하락했는데 이 역시 잡스자체가 아닌 애플의 기술에 대한 시장 신뢰를 증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잡스는 마케팅 능력도 뛰어난 인물입니다. 잡스가 만들어낸 모든 제품들은 철저하게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유저 프렌들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

만난 사람=이두희 한국마케팅학회장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정리=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 존 다이튼 누구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美마케팅기관 MSI 회장존 다이튼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디지털 마케팅분야의 대표적 권위자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대통령 선거전략,포드자동차의 소형차 '피에스타' 출시 때 블로그 활용,코카콜라의 페이스북 관리전략 등에 관한 논문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마케팅분야의 소셜미디어 전문가로 주목받고 있다. 남아공 나탈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케이프타운대에서 MBA를 마친뒤 미 와튼스쿨에서 박사(마케팅전공)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권위 있는 마케팅 연구기관인 MSI(Marketing Science Institute) 회장을 맡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위원장 이배용)가 주최하고 한국마케팅학회가 주관한 '2011 국가브랜드 국제컨퍼런스(8월25~26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