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보다 0.104초 빨리 친 '번개'…볼트도 관중도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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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100m '볼트 쇼크''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최대 이변에 관중들은 외마디 탄식을 내질렀다.
선수권 2연속 3관왕 물거품…'신성' 블레이크 9초92 우승
무난히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우사인 볼트가 28일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출발 총성이 울리기 0.104초 전에 스타트 블록을 차고 나가며 실격당했다. 출발 직전 카메라 앞에서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최고가 될 것이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자신감을 보였기에 그의 실격은 더 충격적이었다. 그는 관중들의 눈에도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스타트 블록을 빨리 치고 나갔다.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부정 출발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손으로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진 뒤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감싸쥐던 그는 안내 요원이 경기 재개를 위해 출발선 밖으로 나가라는 신호를 보내자 팔을 흔들며 물러났다. 경기장 벽을 양손으로 내리치며 통로의 가림막에 머리를 기대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전광판에 실격처리가 공식 발표되자 손을 저으며 "누구 짓이야(Who is it?)"라고 외치기도 했다.
볼트의 우승 장면을 기다리며 숨죽여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팬들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에 허탈해했다. 부정 출발을 알리는 두 번의 총성이 울리자 관중석은 웅성거렸다. 실격 판정이 나오자 모두들 소리를 지르며 실망감을 분출했다. 볼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중으로 이날 대구스타디움의 오후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볼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100m,200m,400m계주 등 3개 종목을 석권했으며 이번 대회에서도 3관왕을 목표로 준비해왔다. 볼트는 지난해 허리와 아킬레스건에 부상을 입어 시즌을 일찍 접긴 했지만 강력한 경쟁자로 손꼽히던 타이슨 게이(미국)와 아사파 파월(자메이카) 등이 부상으로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무난히 우승할 것으로 예상됐던 터라 볼트의 실격은 세계 육상계에 최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볼트가 빠진 경기에선 자메이카의 '새로운 별' 요한 블레이크가 9초92의 올 시즌 개인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6번 레인의 블레이크는 출발 반응시간 0.174초로 다소 늦게 블록을 치고 나갔으나 중반 이후 폭발적인 스퍼트로 미국의 윌터 딕스(10초08)와 킴 콜린스(세인트키츠앤드네비스 · 10초09)를 따돌리며 결승선을 가장 먼저 끊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