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정신의 아이콘 된 '네바다 버닝맨 축제'

열정을 불태우다
매년 9월 사막에 5만명 모여 창작품 만든 뒤 부수고 소각
혁신·창조…美SW 발전 원동력

소통ㆍ자율·공유의 축제
어떠한 상업시설ㆍ광고도 불허…의ㆍ식ㆍ주 모두 스스로 조달

2001년 어느 날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받은 에릭 슈미트와 대화하고 있었다. 대화 도중 버닝 맨(burning man) 페스티벌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슈미트는 "나도 버닝 맨 페스티벌에 매년 참가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슈미트가 구글호에 승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페이지와 브린은 '창조''열정' 등 '버닝 맨'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올해도 버닝 맨이 시작됐다.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다. 다양한 사람들이 노동절(9월 첫째주 월요일)을 앞둔 한 주간 네바다 사막에 모여 예술 작품을 만들고 축제를 즐기는 행사다. 마지막 날 저녁에 나무로 만든 사람의 형상을 태우는 행사에서 버닝 맨이란 이름이 비롯됐다. 1986년 정원예술사인 래리 하비가 샌프란시스코 해변에서 친구들과 2.4m 길이의 나무를 불태우며 즐기던 게 시초다. 1991년 사막으로 옮기면서 하나의 도시를 만드는 행사로 확대됐다. 작년엔 5만여명이 사막 한가운데 만들어진 1주짜리 도시인 '블랙 록 데저트'에 모였다. 네바다주에서 11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가 갑자기 탄생한 것.올해도 5만장의 표가 매진됐다. ◆버닝 맨…창조하고 태워버린다

버냉 맨은 창조 · 자유 · 무소유의 축제다. 사람들은 사막 한가운데서 자신의 창작품을 만들고 전시한다. 높이 35m가 넘는 용,태양광 발전으로 성장하는 해바라기 등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마지막 날엔 이 예술품을 모두 부수고 소각한 뒤 돌아간다. 뉴욕타임스는 "사람들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1년 내내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사막을 오가고 수천달러를 쏟아붓지만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며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지막 날이다. 이날 저녁엔 참여자들을 맞이했던 50피트(15.2m) 높이의 목각 인형을 불태운다. 사람들은 이것이 불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춤을 추며 열정적으로 축제를 즐긴 뒤 떠난다. 행사 기간 중 참가자들은 음악 춤 행위예술 등의 공연을 하기도 한다. 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율과 공유로 만들어지는 공동체

마실 물과 음식,잠자리 등 필요한 것은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주최 측은 땅과 화장실,의료 서비스 정도만 제공한다.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은 주최 측이 준비한 커피와 얼음 정도다. 즐길거리도 스스로 만든다. 참가자들은 테크노 클럽,요가 수업,공연 등을 스스로 준비한다. 상업시설과 광고도 허가되지 않는다.

대신 블랙 록 데저트엔 공유의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서로 숙소를 개방할 정도다. 필요한 물건을 얻을 때도 현금으로 구매하는 것보다는 가급적 물물교환이 권장된다. 이 축제는 더 본질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 행사를 처음 열었던 하비는 지난 4월 그를 포함,6명이 운영하는 블랙 록 데저트의 지분을 팔기로 했다. 앞으로 축제의 기획은 17명으로 구성된 비영리재단 '버닝 맨 프로젝트'가 맡는다. 하비는 "'상품이 아닌 선물'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