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볼커는…금융위기 돌파 볼커룰 만든 'Fed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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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인재포럼
80년대 美 '인플레 파이터'…10% 넘던 물가, 3%로 낮춰
레이건정부 호황 토대 마련
"어릴 적 꿈이 뭐였나요. "(저자),"소방관이었죠."(볼커)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84)을 다룬 조지프 트리스터의 책(폴 볼커,금융전설 만들기)에 나오는 한 토막이다. 그의 업적을 보면 경제 · 금융위기 소방관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볼커는 1979~1987년 Fed 의장을 지내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았다. 1981년 13.5%에 이르던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을 1983년 3.2%로 진압했다. 기준금리를 20%로 과감하게 끌어올린 결과다.
고금리 후유증 탓에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실업률은 10%로 높아졌다. 고금리에 격분한 농민과 건축업자들은 Fed 건물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볼커는 호신용 권총을 지니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그러나 인플레를 잡아 로널드 레이건 전 정부가 장기 경제호황을 누리도록 토대를 놓은 그의 공적은 Fed의 전설이 됐다.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볼커를 다시 불러냈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직을 맡은 볼커는 월가 개혁법의 핵심인 '볼커룰'을 설계했다. 은행들의 과도한 자기자본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는 규제다. '인플레 파이터'에 이어 이번엔 '월가 금융계의 저승사자'로 제2의 금융위기를 막는 작업을 주도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볼커룰을 "국민들이 더 이상 대마불사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조치"라며 "납세자를 보호하고 제2의 금융위기를 막는 개혁"이라고 격찬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월가의 원로들도 볼커룰을 환영했다. 지지자들 중에는 헤지펀드계 대부인 조지 소로스와 대형 뮤추얼펀드 뱅가드그룹 설립자인 존 보일,씨티그룹 회장을 지낸 존 리드 등도 있었다. 사이먼 존슨 미 MIT 경제학 교수는 "볼커는 정문에서 환영받기보다 뒤로 돌아가 정책의 흐름을 바꿔놓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