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담은 추석 선물] 情은 더하고 부담은 덜고… 선물 선택 도와드릴까요?

백화점ㆍ대형마트 상품본부장이 추천하는 선물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12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 때면 가족이나 친지,지인들에게 어떤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할지 고민이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형편에 맞게 예산을 짜고 친분 관계에 따라 가격대를 정해 보지만 막상 선물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혹시나 상대방이 무성의하다고 느끼지는 않을지,아니면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는 않을지 망설이게 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장을 찾아 선물세트를 둘러보고 선물 카탈로그를 뒤져봐도 마찬가지다. 최근 고물가와 경기 둔화를 반영한 알뜰형 실속 제품부터 최상위층 고객을 겨냥한 고가 프리미엄 선물세트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들이 나와 있지만 선물 선택의 어려움은 쉽게 덜어지지 않는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추석 선물세트 구성을 총지휘한 상품본부장들은 소비자들에게 수백종의 선물세트 중 어떤 상품을 구입하라고 권할까.

한국경제신문은 소비자들이 선물을 고르는 데 도움을 주고자 롯데 · 현대 · 신세계 등 백화점 '빅3'와 이마트 · 홈플러스 ·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의 상품본부장들로부터 가격대별로 선물 추천을 받았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백화점은 △10만원 이하 △10만~30만원 △30만원 초과로,대형마트는 △3만원 이하 △3만원~5만원 △5만원~10만원 △10만원 초과 등으로 나눠 가격대별로 3~5개씩 추천받았다.

◆백화점,품격 · 실속 담은 단독 상품 추천

강희태 롯데백화점 전무는 청정지역인 울릉도 특산물을 엄선해 세트로 구성한 '울릉도 특산물'(8만5000원)을 추천 목록에 올렸다. 강 전무는 "그물이 아닌 낚시로 걷어올린 울릉도 오징어와 자연산 돌미역,미역취,명이나물 등을 담아 처음으로 선물세트를 제작했다"며 "울릉도의 진한 향취와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건강기능식품으로는 수년째 롯데백화점에서 명절 선물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정관장 '홍삼정'(18만5000원)과 함께 '큰손'의 효도 선물로 초고가 상품인 '정관장 천보세트'(570만원)를 추천 목록에 올렸다. 이 세트는 홍삼 중 최상등급인 천삼의 진액을 농축한 '홍삼정 천'과 무형문화재 김환경 씨가 만든 자개숟가락,케이스로 꾸몄다. 명절 선물로 인기있는 와인도 '보르도 스페셜 1호'(5만5000원)와 온다도로 바소,몬테스알파M을 함께 담은 '정상의 와인세트'(35만원) 등 가격대별로 고루 추천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전무는 전국 각지의 명인들이 직접 만든 전통식품을 모은 '명인명촌' 시리즈를 권했다. 김 전무는 "바이어들이 수개월간 전국을 누비며 발굴한 선물세트"라며 "장인들의 솜씨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인명촌 이원복 조청'(5만원)은 경북 울진의 깊은 산골에서 자란 찹쌀과 수수도라지,수수당귀 등을 재료로 만든 전통 조청 3종을 담았다. 20시간 동안 참나무 장작불에 끓여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라는 설명이다. '명인명촌 미본 향'(10만원)은 600년 종가의 전통 장 담그기 방식으로 7년간 숙성시킨 '김종희 간장'과 오곡이 어우러진 전통 식초인 '한상준 오곡미초',강원도 양구의 청정환경에서 자란 들깨를 세 번 걸러 만든 '윤원상 들기름'을 함께 담았다.

김성환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가격대별로 지역 특산물과 단독 상품을 골고루 추천했다. '유기농 혼합곡' 세트(5만3000원)는 경기 여주 지역 쌀과 유명 산지의 잡곡으로 구성한 유기농 햇곡 선물세트다. 신세계가 유기농 전문 농가와 사전 계약을 맺고 재배한 상품이다. '초의 병차'(5만원)는 떡처럼 틀에 박아 만드는 덩어리차인 '병차'를 조선시대 차문화를 대표하는 명인으로 '다성'(茶聖)으로 불린 초의선사의 차 제조 방식으로 만들었다.

김 부사장은 "200여년 전 선조들을 매료시켰던 맑고 그윽한 기품을 전하는 명품차"라고 소개했다. '명품 왕망고'(2개 · 18만원)는 애플망고보다 맛이 진하고 멜론보다 당도가 높은 왕망고를 담았다. 왕망고는 제주도 상하 농장에서 국내 유일하게 생산하며 신세계백화점이 단독 판매한다.

'명품 정자각 미역'(1㎏ · 25만원)은 경남 울산 우갑포 질무섬에서 1.2~1.5m 길이의 돌미역을 해녀가 직접 채취해 바람에 건조시킨 정자각을 담았다.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했던 명품 미역으로 맛이 깊고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실속형 · 안심 먹을거리

대형마트 상품본부장들도 1만원 미만의 초저가 상품부터 40만~50만원대 고가 세트까지 폭넓게 추천했다. 기존 대형마트 저가 선물 수요는 물론 최근 커지는 프리미엄 고가 선물 수요까지 겨냥한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가공 · 생활용품 세트와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반영해 청정지역에서 자랐거나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 신선식품들을 추천 목록에 주로 올렸다. 추석 시즌을 대표하는 과일인 배 · 사과 세트도 작년 추석에 비해 작황이 좋지 않고 가격도 올랐지만 수요가 여전한 만큼 빼놓지 않고 추천했다.

하광옥 이마트 부사장은 5만원 이상 고가 품목군에서 바이어들이 1년 전부터 전국을 누비며 선별한 최상급 상품들을 권했다. '7년 이상 자란 황제 황태'(2마리 · 5만9000원)는 러시아 근해에서 지난해 12월 이전에 어획한 명태를 이마트가 계약한 덕장에서 겨우내 말린 황태를 상품화했다. 길이가 70㎝ 이상에 황금빛이 나는 명태만을 골라 제작했다. '80년 고목에서 자란 배'(9개 · 6만4800~7만9800원)는 배 주요 산지인 전남 나주와 충남 천안에서 수령이 80년을 넘은 고목에서 자란 배만을 선별해 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명품 산청 왕곶감'(41개 · 12만원)은 지리산 청정지역 산청에서 재배한 감을 자연 건조해 만들었다.

개당 50g 이상의 당도 높은 곶감만을 엄선했다. '라가불린 16년산' 세트는 백화점 · 대형마트 상품본부장 추천 상품 중 유일한 위스키 제품이다. 이마트가 유통업계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는 '라가불린 16년산'은 '싱글몰트 위스키의 제왕'으로 불린다. 스코틀랜드 서쪽에 있는 아일레이섬에 1816년 세워진 증류소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다. 대서양 바람이 스며든 지역 특유의 피트(완전히 탄화하지 않은 토탄)를 사용해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위스키보다 강렬한 피트향과 요오드,미역 등 바다향이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이성철 홈플러스 전무는 명절 선물로는 이색적인 남성 셔츠 · 타이 세트를 추천했다. 영국 테스코의 자체상표(PB)인 '플로렌스&프레드'가 제작한 '남성 도비 화이트 타이팩셔츠'(1만9900원)로 "저렴한 가격대에 세련된 감각을 선물할 수 있는 세트"라는 설명이다.

실속 선물로는 지난해 추석에 김세트 중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 상품인 '서해안 햇살받은 갯벌김'(3만7900원)을 권했다. 작년보다 물량을 30% 늘리고 가격도 10% 낮춰 내놨다. 장수를 기원하는 '고목' 상품도 목록에 올렸다. '천년하늘아래 750년 고목나무 곶감세트'(30개 · 24만9000원)는 경북 상주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750년 수령의 감나무에서 자란 감을 말려 구성했다. 올해 생산한 전량을 홈플러스가 사전 계약해 30세트를 제작했다. '고귀한 정성 담은 명품 백화고 세트'(600g · 29만9000원)도 귀하고 차별화한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마련한 상품이다. 이른 봄에 편백나무 숲에서 자라 향이 깊고 육질이 우수한 최상급 백화고를 선별해 담았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무는 1만원 안팎의 저가 상품을 우선 권했다. '청정 청산도 재래김 세트'(1만원)는 롯데마트가 지난 1~3월에 남해바다 완도 끝자락 섬인 청산도의 원초를 사전 계약해 구성했다. 최 상무는 "일반 양식장 김과는 달리 자연포자로 생산해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정원 고급유 5호'(9900원)는 포도씨유,카놀라유,튀김유로 구성한 선물세트로 명절은 물론 평소에 쓰임새가 많아 주부들이 환영하는 실속형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추석 과일 선물 중 가장 인기가 높은 배도 두 품목을 추천했다. '물가안정 배세트'(14개 · 3만5000~4만5000원)도 롯데마트가 전남 나주와 충남 성환 등 배 산지와 직거래하고 포장을 간소화해 판매가격을 20~30% 낮춰 5만원 이하에 선보였다. '명품 최가네 하우스 배'(9개 · 7만9800원)는 전남 나주에서 국내 최대 하우스 배 단지를 운영하며 20여년간 명품 배를 재배해온 최종기 씨 과수원에서 올해 첫 수확한 햇배를 담았다. 170일간 숙성 재배해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800g 이상의 대과만을 엄선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