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온도 제한 안 받는 국회…"공공건물 아니라서…"

의원회관 온도 26도…별도 에어컨 설치 냉방
정부청사는 30도 '찜통'

서울 등 중부지방의 낮 최고 기온이 32도에 육박한 31일 오후 2시.과천정부청사 환경부 대변인실 온도계는 바깥 기온과 별 차이가 없는 30.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사무실도 대부분 30도를 웃돌았다.

같은 날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층에 있는 A의원실.기자가 직접 온도계로 재보니 내부 온도는 26도를 넘지 않았다. 옆방 K의원실의 온도는 26.5도.의원실 내부온도는 대부분 26~27도였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의원실의 특성상 출입문을 활짝 열어놨는 데도 강한 에어컨 바람으로 한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정부는 지난해 개정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공기관 실내온도를 여름철엔 28도 이상으로 냉방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종로와 과천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여름철만 되면 무더위와 전쟁을 치러야만 한다. 좁은 곳에서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의 내부온도는 30도를 훨씬 웃돈다. 한 공무원은 "책상마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연신 부채질을 하지만 더위를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선 공무원들과 달리 국회의원들에겐 남의 얘기다. 국회 본청뿐 아니라 의원회관 등 국회 건물들은 냉방기준 온도제한을 받지 않는다. 국회 사무처 관리국 관계자는 "입법부인 국회는 정부가 규정한 공공기관 건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냉방온도 기준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회관 건물은 지어진 지 오래된 노후된 건물이라 냉방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항변하면서 여름철 내부 건물 평균온도가 얼마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엔 "답변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의원회관실에는 건물의 냉방시설 외에 의원실마다 별도 에어컨을 설치해 자체 냉방을 하고 있다. 의원실마다 체감온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정부청사 등 공공기관 실내온도 평균을 훨씬 밑돌았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협력과 관계자도 "국회는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이기 때문에 관련 규정상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다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