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투자해 250억 홍보효과…세계육상 '스폰서 경제학'

공식후원 글로벌 파트너 8곳…한국선 삼성전자·포스코 참여
男 유니폼 TDK·女 도요타…번호표 표기 후원 가장 비싸
스포츠용품 업계 세계 1위인 나이키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제대로 마케팅을 하지 못해 울상짓고 있다. 나이키는 자사가 후원하는 남아공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장소를 물색했으나 세계육상경기연맹(IAAF)의 마케팅 규정에 걸려 여러 장소를 전전하다 대구스타디움에서 멀리 떨어진 대구 시내 중심가에서 열 수밖에 없었다. IAAF가 공식 후원사인 아디다스의 마케팅 권한을 독점적으로 인정하면서 경기장 인근에서는 세계선수권과 관련된 행사를 금지해서다.

◆글로벌과 내셔널 파트너로 나눠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을 후원하는 공식 후원업체는 막대한 금액을 내고 독점적인 마케팅 권리를 보장받는다. 후원업체는 IAAF가 공식 선정한 '글로벌 파트너'와 개최국의 대회 조직위가 권한을 위임받아 선정한 '내셔널 파트너'로 나뉜다. 글로벌 파트너는 모두 8개 업체로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참여하고 있으며 업종별로 1개 업체만 선정해 독점적 권리를 인정해준다. 아디다스(스포츠용품 · 독일) 시노펙(석유화학 · 중국) VTB(금융 · 러시아) TDK(전자부품 · 일본) 세이코(시계 · 일본) 도요타(자동차 · 일본) 등이 공식 파트너다. 이들 외에 같은 업종의 다른 업체들은 세계육상선수권을 직접적으로 활용한 마케팅을 할 수 없다.

내셔널 파트너는 이들 업체의 업종과 겹치지 않는 업체들 가운데 선정된다. KT와 대한항공 금복주 STX 등 4개사가 국내 파트너로 등록돼 있으며 대구대회에서만 마케팅 활동을 한다. 국내 파트너는 후원금액에 따라 대구스타디움 안에 광고판(6m×1m)을 1~2개 설치한다.


◆'선수 번호표' 후원을 잡아라파트너가 되기 위해 이들 업체는 IAAF와 개별적으로 협상하고 금액을 결정하는데 세부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실제로 아디다스는 2008년에 10년간 후원계약을 맺었으나 후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글로벌 파트너로서 2000만달러(214억원)를,올해만 파트너로 활동하는 포스코는 500만달러(53억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50억~70억원을 내는 셈이다.

가장 광고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파트너는 유니폼 상의에 붙여지는 '선수 번호표' 후원사다. 현재 남자 선수의 번호판에 TDK,여자 선수의 번호판엔 도요타의 브랜드가 찍혀 있다. ◆후원 금액의 3~5배 홍보 효과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 세계육상선수권을 후원하는 이유는 3대 국제 스포츠 이벤트로서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다.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에 따르면 2009년 베를린대회에서 국내 미디어 노출효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글로벌 파트너는 업체당 국내에서 251억8760만원의 홍보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가 지불한 연간 후원금액의 3~5배가량 홍보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파트너는 업체당 43억5721만원의 효과가 예상된다.

김종 한양대 스포츠산업학 교수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는 올림픽보다 많은 202개국이 참가한다. 특히 육상 강국인 유럽과 아프리카의 미디어에 노출되는 효과가 높아 이들 지역을 공략하려는 기업이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며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파트너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