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나사 풀린 한국거래소

"실적 자료가 이상하다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

한국거래소가 지난 30일 발표한 '상반기 상장사 연결실적'을 보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을 발견했다.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코스닥 상장사 연결실적이 통째로 문제가 있어 보였다. 자료를 만든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문의하자 담당자는 "그럴 리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오류를 일일이 지적하자 그때서야 "확인해 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30분가량 지나서야 "자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해명이 돌아왔다. 코스닥 상장사의 '연결실적'란에 '별도실적'을 잘못 적었다는 해명이었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지배 · 종속 관계에 있는 모든 기업의 실적을 담은 연결실적을 기본으로 한다. 지배 · 종속 관계를 배제하고 자체 실적만 담은 별도실적과는 엄연히 다르다. 거래소는 별도실적을 연결실적이라고 발표해 놓고도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몰랐던 셈이다.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가증권 상장사 실적자료와 달리 코스닥 상장사 실적자료에는 '지배기업 지분 순이익'이 빠졌다. 지배기업 지분 순이익은 IFRS상 기업의 실제 이익과 가까워 결코 무시해선 안 되는 지표다. 그런데도 거래소는 이 수치를 빠뜨린 채 '뭐가 문제냐'는 자세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다. 유가증권 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 자료의 단위나 항목 기준도 조금씩 달랐다. 실적을 집계하는 곳이 유가증권시장본부와 코스닥시장본부로 달라 나타난 차이라지만,두 시장이 통합된 지 7년째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변명에 불과하다. 물론 수백개 상장사의 실적을 정리하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담당자들은 이를 위해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코스닥본부의 명백한 오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투자자에게 실적자료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투자판단 잣대이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지난달 초 발표한 '채권시장 발행'자료에서도 '감소'를 '증가'로 해석하는 등 오류를 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식의 오류를 반복하고도 뭐가 잘못됐느냐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면 상장사 관리 감독을 거래소가 독점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유미 증권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