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르네상스 오나…한 달 새 2조5000억 유입

2008년 1월 이후 최대 규모
'삼성코리아…' 등에 뭉칫돈…"펀드 추천 좀…" 문의 쇄도

1900 넘으면 유입 주춤할 듯
조정장을 틈타 국내 주식형펀드에 뭉칫돈이 밀려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펀드가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맞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 순유입액은 2조5000억원대로 펀드 호황기였던 2008년 1월(2조7687억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환매(해지) 대비 가입(설정)액의 비율인 '자금 유입 강도'도 4배를 초과하며 2007년 9월 이후 최고에 달했다. 증시가 급락하면서 환매는 줄어든 반면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가입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입 추세가 코스피지수 2000선까지는 이어질 수 있지만 1900선 위에서는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 이후 누적 순유입 전환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지난 30일 800억원(ETF 제외)이 순유입되면서 14거래일 연속 돈이 들어왔다. 이로써 8월 순유입 규모는 2조5367억원에 달했다. 연초 이후 누적으로도 1조300억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개인투자자들이 가입하는 공모펀드는 21일째 순유입이 이어졌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작년 상반기 1700선에서 환매한 후 주가가 올라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을 이용해 재가입했다"며 "최근 어떤 펀드에 가입해야 하는지를 묻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자금 유입 강도도 강해졌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공모펀드의 자금 유입 강도는 4배를 넘어 2007년 7월(5배)과 11월(6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자금 유입 강도가 의외로 강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펀드별로는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1'에 8월 들어 가장 많은 1611억원이 순유입됐다. 'KB코리아스타'와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한국투자네비게이터1' 등에도 1000억원 이상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형펀드의 대안으로 부상한 자문형 랩이 이번 하락장에서 큰 손실을 입으면서 '그래도 펀드구나'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국내 주식형펀드로 뭉칫돈이 유입되면서 펀드가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22일부터 29일까지 6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6325억원을 순매수해 같은 기간 4904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에 맞서며 증시를 떠받쳤다.

◆1900선 위에서는 유입세 주춤 전망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으면 자금 유입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 1900선에 들어온 자금의 원금 회수 욕구와 1700선 근처에서 유입된 자금의 차익 실현 등으로 1900~1950에서는 환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 가입은 부담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배 연구위원은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 적립식은 코스트애버리징(평균 매수단가 인하) 효과로 항상 거치식 대비 높은 이익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다만 가입 기간이 길어 적립액이 큰 투자자는 적립식 효과가 반감될 수 있어 주가 반등 시 일정 부분 환매한 후 시기를 분산해 재가입할 것을 권하는 의견도 있다.

김대열 팀장은 "외국인의 공격적 매도로 인해 국내 증시가 해외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해외에서 국내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 볼 시점"이라며 "해외 불안 요인만 진정되면 낙폭을 빠르게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를 겨냥해 대형 성장주펀드 비중을 높이고 일부 중소형주펀드나 배당주펀드에 분산할 것을 권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