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OB들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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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속보]기획재정부 퇴직 관료들(OB)과 현직 관료들(YB)들의 축구대회가 지난 27일 경기도 용인의 도로공사 운동장에서 열렸다.OB들은 YB들과 어울리며 녹슬지 않은 체력을 자랑했다.후배들을 위해 기념품도 쾌척했다.박재완 장관까지 참석해 축사를 했다.
재정부의 축구사랑은 뿌리가 깊다.1960년대에는 금융회사들의 축구단 창립이 재무부 주도로 이뤄졌다.재무부 장관기 쟁탈 축구대회도 열렸다.각 금융회사들의 스카우트전도 치열했다.재무부의 축구열기는 한마디로 광적이었다.각 국별로 축구팀을 꾸려 정기전을 갖는 것은 기본이고 매년 10월 재무부 장관이 주최하는 축구대회에 우승하기 위해 각 국은 거의 업무를 전폐하고 한 달전부터 축구연습에 들어갈 정도였다.초임 사무관들이 좋은 보직을 받으려면 축구실력이 관건이었다.산하기관에서 축구를 잘하는 직원들을 재무부로 발령내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축구의 생명은 조직적인 팀플레이에 있다”며 “야구나 농구처럼 특출한 개인기를 갖춘 선수 한 두명에 의존하는 종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축구를 통해 재무부 특유의 끈끈함이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축구가 선후배간 우의를 다지고 업무추진력을 높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최근 3개월간 이뤄진 4명의 금융기관장 인사를 놓고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OB’들의 부활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지난 6월에 임명된 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61·행시 16회)과 7월에 선임된 김경호 주택금융공사 사장(58·21회),지난 30일 임명된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60·16회) 모두 재무부 핵심 보직을 거친 전형적인 모피아다.진 사장은 더구나 전임 유재한 사장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3년의 임기를 새로 시작하게 된다.지난 26일 임명제청된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64)은 옛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엄밀히 말해 모피아는 아니지만 재경부 관료 출신이다.
모피아 OB들의 ‘낙하’를 지켜보는 재정부와 금융위원회 YB들의 반응은 어떨까.재정부의 한 간부는 “후배들이 보다 오래 공직에 남아있도록 배려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쓴 웃음을 지었다.황당하다는 느낌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한 금융회사 임원은 “선후배간의 선의라는 이름으로 현직에서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다가 또 다시 낙하산 인사로 금융계를 장악하는 후진적인 금융인사 관행이 언제까지 되풀이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재정부의 축구사랑은 뿌리가 깊다.1960년대에는 금융회사들의 축구단 창립이 재무부 주도로 이뤄졌다.재무부 장관기 쟁탈 축구대회도 열렸다.각 금융회사들의 스카우트전도 치열했다.재무부의 축구열기는 한마디로 광적이었다.각 국별로 축구팀을 꾸려 정기전을 갖는 것은 기본이고 매년 10월 재무부 장관이 주최하는 축구대회에 우승하기 위해 각 국은 거의 업무를 전폐하고 한 달전부터 축구연습에 들어갈 정도였다.초임 사무관들이 좋은 보직을 받으려면 축구실력이 관건이었다.산하기관에서 축구를 잘하는 직원들을 재무부로 발령내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축구의 생명은 조직적인 팀플레이에 있다”며 “야구나 농구처럼 특출한 개인기를 갖춘 선수 한 두명에 의존하는 종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축구를 통해 재무부 특유의 끈끈함이 완성됐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축구가 선후배간 우의를 다지고 업무추진력을 높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최근 3개월간 이뤄진 4명의 금융기관장 인사를 놓고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OB’들의 부활이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지난 6월에 임명된 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61·행시 16회)과 7월에 선임된 김경호 주택금융공사 사장(58·21회),지난 30일 임명된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60·16회) 모두 재무부 핵심 보직을 거친 전형적인 모피아다.진 사장은 더구나 전임 유재한 사장의 잔여임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3년의 임기를 새로 시작하게 된다.지난 26일 임명제청된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64)은 옛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엄밀히 말해 모피아는 아니지만 재경부 관료 출신이다.
모피아 OB들의 ‘낙하’를 지켜보는 재정부와 금융위원회 YB들의 반응은 어떨까.재정부의 한 간부는 “후배들이 보다 오래 공직에 남아있도록 배려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쓴 웃음을 지었다.황당하다는 느낌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한 금융회사 임원은 “선후배간의 선의라는 이름으로 현직에서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다가 또 다시 낙하산 인사로 금융계를 장악하는 후진적인 금융인사 관행이 언제까지 되풀이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