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라이프스타일 리더

필자는 뼛속까지 '영업통'이다. 의류 상사맨을 시작으로 중남미와 미국 지사,정보기술(IT) 시스템 개발 회사의 공공사업 부문을 거치기까지 영업만 30년 가까이 해왔다. 그러한 필자가 워커힐호텔 최고경영자를 맡았을 때,호텔 비즈니스는 전혀 생소한 세계였다. 처음엔 '먹고 자는 것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호텔업이 그동안 해오던 영업과 무엇이 크게 다르겠는가'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호텔의 속성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그것이 선입견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 호텔은 'B&B(Bed&Breakfast)비즈니스'라고 할 정도로 단순히 먹고 자는 것만을 해결해 주는 곳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고객의 니즈(needs)가 다양해지고,비즈니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호텔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건강과 쉼(休)을 위한 스파,피트니스,클리닉 센터,즐거움(樂)을 위한 구어메이(Gourmet) 레스토랑,극장,쇼핑몰,수영장,예술공간 등 '무엇이든 언제든'을 기치로 걸고 호텔이 하나의 공간 내에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게끔 된 것이다.

호텔이 고객 삶의 다양한 욕구까지 충족시키는 것을 일컬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호텔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객의 니즈를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치를 먼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리더'가 돼야 한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시장을 선도하려면 리더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호텔은 고객에 맞는 상품과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시설이 노후하거나 진부하지 않게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기본이다. 유명 디자인 회사에 의뢰해 객실과 레스토랑을 예술작품 수준으로 리모델링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호텔 예약,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도 속속 선보이는 등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도 최근 트렌드다. 라이프스타일을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은 호텔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다. 호텔에서는 구성원을 '탤런트(talent)'라고 부른다. 개개인이 가진 재능과 장기를 발휘하여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감동시키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탤런트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호텔 구성원들의 마인드 변화와 역량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서빙만 잘하면,요리만 잘하면 된다'는 마인드에서 벗어나 육감만족(六感滿足),즉 오감 외에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내 고객의 행복까지 추구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일어 중국어 등 어학교육뿐만 아니라 소믈리에,바리스타 등 전문과정까지 지원했다. 해외 유명 호텔과의 교환 프로그램이나 벤치마킹을 실시함으로써 선진 서비스와 운영 노하우를 습득하도록 했다.

1주일 후면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많이 선호한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과 함께 국내 호텔에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유용종 < SK㈜ 부회장단 사장 yongjong@s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