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체국 망할 위기…내년 초부터 배달 못할 판

경직된 공기업문화ㆍ강성노조…올해 적자만 92억 달러
미국 우체국이 자금난으로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공기업의 경직성과 강성 노조의 이기주의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우정공사(USPS)는 예산이 바닥나 이달 말 55억달러 규모의 퇴직자 건강보험 비용을 내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적자 규모가 9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 의회가 비상 조치를 내놓지 못하면 내년 초부터 직원 월급은커녕 우편 트럭 기름값도 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고 NYT는 전했다. 주간 30억통에 달하는 우편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 우체국이 자금난에 빠진 건 매출은 줄어드는데 비용은 늘어나면서다. 이메일과 온라인 결제시스템의 발달로 올해 미국 우체국의 우편물 취급 규모는 5년 전에 비해 22%나 줄어든 1670억통에 그칠 전망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돼 2020년에는 1180억통까지 취급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추정했다. 경영진은 다른 수익원을 찾고 싶어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은행 보험 등 다른 업종 진출이 법에 의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적자가 쌓여가는데도 비용을 줄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정공사는 오래전부터 노조와의 협상에서 해고 금지 조항을 문서로 약속해왔다. 우정공사의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민간 경쟁사인 UPS의 53%나 페덱스의 32%를 크게 웃돈다. 패트릭 도나호 우정공사 국장은 일종의 '파산보호'처럼 의회가 특별 입법을 통해 고용보장 조항을 뒤집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2015년까지 12만명을 해고해 자연감소분 10만명을 합쳐 22만명의 직원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클리프 구피 연방우정공무원노조(APWU) 위원장은 "우리는 이 난국과 계속 싸울 것"이라며 "우정공사가 (해고와 관련한)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