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닥터' 손 거친 알펜시아…깊은 러프ㆍ파도 그린 "언더파는 없다"

메트라이프·한경 KLPGA챔피언십 D-16

22일부터 나흘간 '진검 승부'
메이저대회 수준 6700야드 "현대 골프장 설계의 진수"
US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의 코스 셋업에는 철저한 원칙이 있다. 가장 엄격하면서도 공정하고 완벽한 골프 스킬을 시험하면서 모든 종류의 샷 메이킹 능력을 측정하는 것을 모토로 한다. 러프가 길고 억세기로 유명하며 코스에서 요행을 얻을 수도 없게 한다. 쉽게 말하면 '언더파 우승'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메트라이프 · 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은 올해로 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메이저 대회다. 미국 투어로 따지면 LPGA챔피언십에 해당한다. 대회 장소인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리조트 내 알펜시아트룬CC(파72)는 프로들에게도 쉽지 않은 코스다. 올해는 메이저대회에 걸맞게 더욱 까다롭게 조성할 방침이다. 알펜시아CC는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로 유명한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만든 골프장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난코스'로 소문난 US오픈을 치를 수 있을 정도의 '명코스'로 탈바꿈해서 일명 '오픈 닥터'로 불린다.

알펜시아CC의 포레스트 · 레이크 코스의 전장은 7219야드지만 여자 대회인 점을 감안해 6767야드 정도로 셋업할 계획이다. 미국 LPGA투어는 10년 전만 해도 6200~6400야드였으나 최근에는 6700야드 안팎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남자의 경우 7500야드를 넘나들고 있다.

알펜시아는 상과 벌이 뚜렷한 코스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깊은 러프가 탈출을 막는다. 벙커는 대부분 1~2m 깊이여서 1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린 역시 요행을 바랄 수 없다. 일명 '포대그린' 스타일이라 굴러서 올라갈 수 없다. 그린 바로 옆에 해저드가 붙어 있는 홀도 자주 눈에 띈다. 포레스트 4번홀의 경우 그린 바로 앞 러프로 공이 들어가면 '로스트 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린에는 언듈레이션이 심해 3퍼트가 양산될 수 있다. 드라이버 대신 우드로 티샷을 해야 하는 홀(포레스트 9번홀,레이크 4번홀 등),페어웨이와 그린이 전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레이크 6번홀),600야드가 넘는 홀(레이크 7번홀),200야드가 넘는 파3홀(레이크 8번홀),'2온'을 유혹하는 500야드 미만의 파5홀(레이크 9번홀) 등 알펜시아에는 현대 골프장 설계의 진수가 총체적으로 담겨 있다.

포레스트와 레이크가 9번홀 그린을 공유하고 있는 점도 이색적이다. 클럽하우스 앞에 있는 그린은 좌우로 기다란 형상을 하고 있다. 두 코스의 중간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포레스트에서는 페이드 구질 형태로 코스에 접근하고 레이크에서는 드로 구질 형태로 그린에 다가간다.

● '2온' 어려운 8번홀…여기가 승부처!

◆포레스트 8번홀=아무리 장타자라도 200야드 안팎에서 '2온'을 시도해야 한다. 티박스를 앞으로 빼준다고 해도 170야드 안팎의 거리가 남는다. 거리가 많이 나도 안 좋을 수 있다. 내리막 경사지에 볼이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 앞 벙커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벙커에 들어가면 일단 시야에서 그린이 사라진다. 그린 모양은 중절모처럼 굴곡이 져 있다.

◆포레스트 9번홀=티샷이 만만치 않다. 왼쪽 벙커를 넘기는 것이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길이지만 자칫 왼쪽 카트도로를 맞고 볼이 튀어나갈 수 있다. 안전하게 벙커 오른쪽을 공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드로 구질은 최악의 샷을 낳을 수 있다. 페이드 구질로 공략해야 한다. ◆레이크 7번홀=백티에서 600야드가 넘는 긴 파 5홀이다. 그린 앞에 크리크가 도사리고 있다. 그린이 페어웨이에서 봤을 때 남북으로 기다랗다. 왼쪽에는 해저드가 있고 오른쪽은 벙커다. 그린 공략이 쉽지 않기 때문에 티샷과 세컨드샷이 모두 잘 맞아야 한다. 150야드 넘게 남은 지역에서 서드샷을 하다가 그린을 놓치게 되면 보기를 감수해야 한다.

◆레이크 9번홀=포레스트 9번홀이 왼쪽에 있다면 이 홀은 오른쪽에 있다. 500야드 정도의 파5로 '2온'이 가능한 홀이다. 그러나 모험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그린 바로 앞까지 파고 들어가 해저드를 넘겨 그린을 공략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안전하게 '3온'을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알펜시아CC=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