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신혼 재테크…적립식펀드·저축성 보험·만능통장 필수

결혼은 생애재무설계 출발점
결혼은 재무적으로 이익일까 손해일까. 평면적으로 보면 외벌이 부부의 경우 손해다. 똑같은 월급을 받는 상황에서 식구가 늘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맞벌이 부부에겐 이익이다. 두 명이 주택자금이나 식사비 등을 상당 부분 공유하면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는 단순 논리다. 현실 세계에서는 외벌이든 맞벌이든 결혼이 재무적으로 '플러스'가 되는 사례가 많다. 가장 큰 배경은 '재무계획'이다. 미혼 때 경험하지 않은 재무설계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혼은 생애 재무설계의 출발점

결혼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부가 함께 인생 전체의 재무설계를 해보는 것이다. △현실적인 한 달 생활비 △전세자금 △자녀 출산 △주택 구입 △자녀 교육자금 △가족 보장성 보험 △예기치 못한 의료비 △노후 자금 등이 골자다. 부부의 현재 재무 상태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가급적 보수적으로 재무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저축액을 최대한 늘린다는 마음가짐이다. 외벌이든 맞벌이든 가급적 총 수입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무리 소득이 많아도 지출이 늘면 소용이 없다. 자녀를 갖기 전에 최대한 저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 출산 이후에는 아무래도 지출 항목이 크게 늘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재무설계에 관한 한 부부가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각자의 월급과 가욋수입이 얼마나 되는지,어떤 항목에 대한 지출이 많은지 등에 대해서다. 정기 급여 외에 발생하는 보너스와 성과급에 대해서는 별도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100만원 이상 목돈이 생기면 별도로 투자하고 이보다 작은 금액이라면 목돈이 될 때까지 따로 모아놨다가 저축 · 투자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테크 계획을 단 · 중 · 장기로 나눠 짜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생활비나 경 · 조사 비용,중기적으로는 내집 마련이나 자녀 교육,장기적으로는 노후자금 마련 등이다. 단기 자금이라면 어느 정도 고위험 · 고수익 상품에 가입해도 되지만 장기 자금의 경우 가급적 보수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투자 기간을 장기로 보는 태도도 중요하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더라도 복리 효과를 생각하면 충분히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노후는 결코 먼 얘기가 아니다. 복리 효과로 상징되는 '시간의 힘'이 의외로 세다.

부부가 투자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투자 손실이 크다면 일정 기간 감내할지,아니면 손절매를 선택할지 주기적으로 판단하자.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재테크에 대한 경험이 쌓인다.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 골라야

결혼 이후엔 생활비 관리통장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 생활비를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상품(MMDA)에 그냥 넣어두기보다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이동시키는 게 유리하다.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쓰는 것이 지출을 억제할 수 있는 길이다. 소득공제 혜택 역시 체크카드가 상대적으로 높다.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할 금융상품도 꼭 알아두자.주택청약종합저축이 우선 추천 상품이다. 만능 통장으로도 불리는데,공공과 민영 주택을 가리지 않고 청약할 수 있다. 가입 이후 2년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는다. 매달 2만원 이상 5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하면 된다. 연간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부부가 각자 계좌에 가입하면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예 · 적금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적립식 펀드에 일찍 들어두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적립식 펀드는 매달 지정한 날짜에 일정액의 주식을 매입하는 구조다.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내는 게 특징이다. 한국과 같이 급등락 장세가 반복되는 시장에서는 장기 투자할 때 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장기 저축성 보험을 2~3개 나눠 가입하면 좋다. 10년 이상 계속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금리도 높은 편이다. 요즘 연 5% 이상 연복리를 적용하는 곳이 많다. 적은 금액을 쪼개 가입해야 유사시 일부를 해지할 때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연금저축 상품 가입도 필수다. 노후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부부가 매달 일정 금액을 할당할 필요가 있다. 이 중 변액연금은 펀드로 운영하는 방식인데 저금리 시기에 유리하다. 전체 저축액의 10~15% 정도를 연금상품으로 배정하면 알맞다.

보장성 보험은 실손형이 적당하다. 일생 동안 예기치 못한 의료비 지출이 꽤 많을 수 있다. 부부가 매달 몇 만원만 내면 평생 대부분의 병원비를 부담없이 충당할 수 있다. 요즘 암 발병률이 높은 만큼 암특약을 강화할 것을 추천한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만큼 3개월치 생활비 정도의 비상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부 중 한 명이라도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놓으면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