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출마 개인적으론 반대…단일화는 시대흐름 읽은 것"

安멘토 김종인 전 경제수석

시장보다 국회의원 된 후 대권 준비 했으면 했는데…

"한나라당,민주당과 같은 거대 정당들은 왜 갑자기 나타난 한 사람에 의해 국민들에게 배척당하는지 반성해야 한다. "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사진)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열풍'에 대해 "국민들이 현 정치인들에게 얼마나 실망하고 있으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겠느냐"며 이같이 질타했다.

김 전 수석은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 중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고 있는 멘토 중 한 명이다.

김 전 수석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에 국민들의 심정을 다시 한 번 헤아리는 학습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만약 이번에도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면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수석은 개인적으론 안 원장의 시장 출마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안 원장과 같은 인생 과정을 겪어온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시장보다는 정치권에 들어가 국회의원부터 거치면서 더 큰 꿈을 이루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게 개인적 바람이었다"고 했다.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제도권 벽에 부딪쳐 맘껏 소신도 못 펴고 사그라진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다만 "이왕 이렇게 일이 벌어졌으니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며 현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안 원장이 "국회의원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으냐"며 정치 입문에 부정적인 데 대해 그는 "똑똑한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면 바보 된다는데 그것은 다음 공천 못 받을까 스스로 위축돼서 그렇다. 요즘 같은 시대엔 소신껏 해나가면 바보 안 된다"고 했다. 평소 국회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창하는 의회주의자로서 안 원장 열풍이 가져올 정치혐오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김 전 수석은 "아무리 정치가 형편없다 해도 모든 문제는 국회를 통해 풀어갈 수밖에 없다. 좋은 사람들이 많이 국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변호사와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선 "안 원장이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을 보니 현 사회의 시대흐름과 정서를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둘이 단일화되면 한국정치사에서 정말로 드문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