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부담 줄여라" 고덕ㆍ왕십리 시공사 교체

"분양가 못높여 부담 커진다"…공사비 증액 요구에 반발
왕십리3, 계약해지안 투표…고덕시영, 조합원 서명운동
서울지역 재건축 · 재개발 조합들이 공사비와 무상지분율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시공사를 잇따라 바꾸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 일반분양 물량을 비싸게 팔아 사업비로 충당하기 어려워지면서 공사비 무상지분율 등의 변화는 곧바로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부동산 전문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의 남기송 변호사는 "과거엔 시공사들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조합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녔지만 최근엔 적극 맞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왕십리3구역,시공사 바꾸나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왕십리뉴타운 3구역 재개발 조합은 6일 임시총회를 열고 기존 시공사인 삼성물산-대우건설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가 본계약을 앞두고 무리하게 높은 공사비를 제시해 조합원 의견을 듣기로 했다"며 "시공사 요구대로라면 조합원 분담금이 1억원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조합원 대부분이 1주택자여서 1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계약 해지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공사가 교체되면 연말로 예정돼 있던 일반분양은 1~2개월 정도 늦어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는 용산4구역 재개발 조합이 총회를 열어 기존 시공사인 삼성물산 컨소시엄과의 계약 해지안을 통과시켰다.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과 예비비 등을 요구하자 조합 측이 이를 거부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고덕시영도 교체 움직임

일부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시공사 교체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덕시영아파트의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가 공사비를 높여 달라고 요구하자 시공사 교체 서명을 받고 있다. 고덕시영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비를 3.3㎡당 420만원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자 340만원 이상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이달 말까지 조정이 되지 않으면 계약 해지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무상지분율(조합원이 추가 분담금 없이 넓혀 갈 수 있는 면적 비율)과 확정지분제에 대한 이견으로 시공사 컨소시엄이 단일 건설사로 바뀐 사례도 나왔다.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열린 총회에서 평균 무상지분율 156%를 제시한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당초 조합은 현대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과 가계약을 맺었으나 조건을 맞춘 현대건설만 택했다. ◆사업일정 지연 부담 감수

시공사를 교체하면 사업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조합들이 시공사 교체라는 강수를 두는 것은 공사비나 무상지분율 조건 악화가 조합원 부담 증가로 이어져서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엔 새 아파트 상승폭이 큰 데다 높은 일반분양가를 적용해 부담을 보전할 수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침체기에 공사비가 늘어나면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김구철 도시정비사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최근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사비 증액이 문제가 돼 관리처분계획 · 사업시행계획인가 취소 소송에서 조합이 패소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시공사 교체는 조합원 편에 서서 사업을 추진하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