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 1위' 사장만 탈락…이상한 공기업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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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성적 남부발전 사장 연임 제외…2,3위는 승인한국전력 산하 6개 발전회사 가운데 지난해 경영평가와 청렴도 평가에서 1위에 올랐던 남부발전 사장이 교체 대상자로 확정됐다. 반면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2개사의 사장은 연임이 확정돼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연임 기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경부의 원칙없는 공공기관장 선임기준 '논란'
5일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경부는 후임 사장 선임작업을 진행 중이던 3개 발전회사 가운데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운영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신임 사장 공모를 준비하던 임추위 활동이 멈추면서 장도수 남동발전 사장과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의 연임은 자동 결정됐다. 반면 남동 · 동서발전과 함께 사장 선임작업에 착수했던 남부발전은 이 같은 지침을 받지 못해 7일 남호기 현 사장의 후임자 선정을 위한 공모 공고를 낼 예정이다.
남동 · 동서 · 남부발전 등 3개사는 지난달과 이달 초 각각 이사회를 열고 후임 사장 선임을 위한 임추위를 구성했다. 3개사의 현직 사장 임기는 모두 내달 27일까지다. 임추위가 사장 후보자들을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올리면 위원회가 내정자를 결정하고 이후 지경부 장관 제청,대통령 임명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후보자 공고를 내기 전에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지경부가 현직 사장의 연임 결정을 내리면 임추위는 해체된다.
지경부는 최근 이런 방식으로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김신종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의 연임을 결정했다. 문제는 지난해 6개 발전회사 경영 평가에서 1위에 오르고도 사장 연임이 불발된 남부발전이다. 동일한 경영평가에서 2위(남동발전),3위(동서발전)를 차지한 회사의 사장은 연임시키면서 정작 1위 회사의 사장만 연임을 제외한 것은 일관성을 잃은 인사라는 평이다. 업계에서는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 연임 기준으로 정부가 공공기관장 선임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남부발전은 연료비 절감 등 계량평가와 조직관리,투명경영 등 비(非)계량평가를 합친 종합 경영평가에서 지난해 1위를 차지했다. 사장 연임 평가기준에서 배점이 높은 경영진 리더십과 노사선진화 부문에서도 연임이 결정된 회사보다 오히려 높거나 같은 점수를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작년 말 7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도 9.56점으로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발전회사 중 처음으로 5조원 매출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사업을 하는 동종 업계의 공공기관장 연임 결정에서 경영지표와 청렴도 등 각종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기관장만 연임을 제외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밝힌 객관적인 인사평가 원칙에도 위배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