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株 '내우외환'…장부가치 밑으로 추락

신한지주 PBR 0.97배…삼성증권 1.41배와 대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대출 부실 가능성 반영
'신한지주 0.97배,삼성생명 1.18배,동부화재 2.63배,삼성증권 1.41배.'

5일 현재 주요 금융업종 대장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지난달 초 이후 급락장이 반복되는 가운데 금융업종의 대장주들이 대부분 약세를 보였지만 유독 은행주만 장부가치 미만으로 주가가 떨어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주 가운데 은행주의 주가 및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최근 불거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가장 많이 반영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은행은 경기가 악화되면 부실이 늘어나는 대출자산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은행주 줄줄이 장부가치 밑으로

이날 시가총액 1위 은행계 지주회사인 신한지주는 3.74%(1600원) 급락한 4만1150원에 마감했다. 이로써 지난 6월 말 주당순자산(BPS)을 기준으로 한 PBR은 0.97배로 떨어졌다. KB금융도 같은 기준으로 PBR이 0.88로 낮아졌다. 순수은행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행은 이날 4.15% 하락해 PBR이 0.86배로 떨어졌다. 2위인 외환은행은 0.57배로 추락했다. 반면 보험과 증권업종 대표주들은 아직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높다. 손보주 시가총액 1위인 삼성화재는 이날 현재 PBR이 1.97배이고 2위인 동부화재는 2.63배다. 증권 대장주인 삼성증권과 대우증권은 이날 각각 6.74%,6.80% 급락했음에도 PBR은 1.41배와 1.07배로 여전히 장부가치 이상이다.

1위 생보사인 삼성생명도 지난달 초 대비 10% 이상 하락한 상태지만 이날 기준으로 PBR은 1.18배다. 대한생명 정도만 PBR이 0.86배로 장부가치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당분간 손보주 강세 전망"국내 증시에서 은행주는 이익이나 자산 규모에서 다른 금융주들을 압도한다. 그럼에도 은행주의 자산가치 대비 밸류에이션이 다른 금융주보다 낮은 이유는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자산을 구성하는 항목 중 대출채권이 많아서다. 은행의 전체 자산 중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한다. 이 중 50~60%는 부동산 등 담보가 있지만 나머지 10~20%는 신용대출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경기가 나빠질 경우 은행권은 대출부실률 등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생명 및 손해보험사들은 대출이 전체 자산의 20~30%에 불과하다. 그것도 부동산 등을 통해 대부분 담보를 설정해 놓고 있다. 경기 침체가 와도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증권사는 주식담보대출 등을 제외하면 자산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다.

임일성 신영증권 금융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날 때까지 은행주의 약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은 거시경제 영향이 적고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은 보험주가 금융주 중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