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월급관리 이렇게…신혼부부 재테크 제1원칙 '딴주머니' 차지 말라

공동의 재무목표 세우고 월급 절반 이상 저축
CMA·MMF로 생활비 관리

20~30대 신혼부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생활설계,즉 집안의 재테크 전략을 짜는 일이다. 신혼부부라면 작은 목표자금에서부터 △목돈마련 △노후자금 △자녀 교육자금 △주택마련 자금 △가족 보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재무설계를 치밀하게 짤 필요가 있다. 신혼부부의 바람직한 월급 관리 요령을 살펴보자.

●월급부터 숨겨둔 빚까지 모두 공개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서로의 재무상황을 모두 알기 힘들다. 막연히 배우자가 '얼마쯤 모아뒀겠지'라고 기대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빚을 진 사실을 알고 실망하는 일도 적지 않다. 특히 각자 통장을 알아서 관리하는 맞벌이 부부는 상대방만 믿고 무계획적으로 돈을 쓰다 낭패를 당하는 일도 있다. 신혼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먼저 솔직해져야 한다. 결혼 전에 배우자 모르게 진 빚이 있다면 감추지 말고 공개한 뒤 함께 공동의 재무 목표와 상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본인의 지출을 통제하고 월급을 타면 치밀하게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기본적으로 급여의 절반 이상을 저축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소득이 늘어도 지출이 같은 비율로 늘어난다면 재무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지출 관리에 신경을 많이 기울여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에게 '100+100=?'란 질문을 하면 상당수 가정이 '200' 대신 '90'이란 답을 제시한다. 이는 자녀를 어린이집 등에 맡겨야 하고 외식을 자주 하는 데다,눈높이도 높아져 기본적인 품위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외벌이 가정보다 집을 늦게 장만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맞벌이 부부는 높은 지출 성향을 통제하기 위해 한 사람의 수입은 무조건 저축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저축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미래를 위한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 신용카드는 주거래카드를 정하고 연봉이 많은 배우자의 가족카드를 발급받으면 연말정산에 유리하다. 주거래은행을 통합하면 계획적인 지출과 입출금 관리가 가능하다. 생활비는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쓰면 낭비를 막고 소득공제를 받는 데 유리하다. 저축은 지정한 날짜에 빠져나가도록 자동 이체를 하고 통장은 주거래은행을 만들어 한 사람이 관리하거나,조금 귀찮아도 가계부를 쓰는 것이 푼돈이 새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추가 수입은 종잣돈 마련에

정기적인 급여 외에 보너스나 성과급 등 추가적인 수입은 낭비하지 말고 종잣돈을 모으는 데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10만원,100만원,1000만원 등의 단위로 나누어 큰 금액은 투자자금으로 삼고 작은 금액은 비상금으로 활용한다면 작은 금액도 목돈으로 키워 나갈 수 있다. 용도에 따라 계좌를 분리해서 관리하는 게 좋다. 특히 생활비와 재테크 통장은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 투자성격에 따라 단기와 중기,장기로 구분하면 편리하다. 장기투자용은 내집 마련 등 목돈마련용으로 투자기간과 안정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중기투자용은 향후 자녀의 출산과 성장에 따라 양육자금,교육자금 등의 용도로,단기투자용은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고수익 투자자산으로 운용하면 된다.

생활비 계좌는 짧은 기간이라도 금리를 챙길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비상금 용도는 석 달 정도의 가계생활비 자금이 예비로 있어야 한다. 갑작스런 지출,일시적 지출,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한 여유자금이다. 비상금 용도에서 더 많은 돈이 모인다면 투자 용도 계좌로 옮겨서 투자하면 된다.

책갈피 속이나 장롱 밑 비상금은 결혼 후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평소 최소 3~6개월치의 생활비 수준으로 넉넉히 비상금을 확보해 놓으면 부부에게 급전이 필요할 때 적금 해약 등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내집마련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 가입

부부 공동 생활비 관리 통장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수시 입출금 통장보다 머니마켓펀드(MMF)나 CMA가 훨씬 유리하다. 일반 입출금 통장은 연 0.1%로 이자가 매우 낮다. MMF나 CMA를 이용하면 연 2~3%대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입출금도 자유롭다. MMF나 CMA에 생활비를 넣어두고 필요한 만큼만 입출금 통장으로 입금해 쓴다면,쓸데없는 지출도 막고 잔액에 대한 이자소득도 기대할 수 있다.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우선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에 가입하고 청약 조건부터 만들어야 한다. 2009년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은 그동안 주택마다 구분돼 있던 주택청약 상품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1순위가 된다. 매달 2만원 이상 50만원 이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으며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단 월 납입액 10만원을 넘어가는 금액은 소득공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소득 요건에 따라 청약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와 각자 1계좌씩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2년 유지시 일반 정기적금보다 높은 연 4.5% 정도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한 목돈 마련과 급전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한 적금과 펀드는 기본이다. 적금은 중간에 해지해도 원금 손실이 없지만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원금 손실이 있을 수 있으므로,여유가 된다면 두 상품에 모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다만 펀드 상품은 주식시장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가입할 필요가 있다. 증시가 고점일 경우에는 시세가 내려가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대안상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보장성 보험은 부부의 안전장치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각종 질병과 사고 등 예기치 못한 위험이 생길 수 있으므로 결혼 초기에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 놓아야 한다. 보장성 보험은 질병과 상해사고를 종합적으로 보장받는 실비보험과 질병보험 등이 있다. 결혼 전 각자 가입해 둔 보험이 있다면,배우자의 보장 수준과 환급 형태 등의 내용을 비교해 적절하게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의 교육비 등을 염두에 둔 저축보험도 고려해볼 만하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결혼 후 약 10년 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기에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또 금리 공시이율이 5%대이고 연복리이기 때문에 적금보다 더 빨리 목돈을 만들 수 있다.

●노후 대비도 서둘러야

노후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노후 준비를 먼 이야기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간의 힘'을 빌린다는 면에서 일찍 준비할수록 유리한 게 사실이다. 노후 대비를 위해 적립식 투자상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당장 원금보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연령이나 자산 규모에 따라 때로는 공격적인 투자전략도 필요하다. 특히 연금펀드나 연금보험처럼 장기 상품을 잘 활용하면 비과세 혜택까지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연금신탁과 연금보험,연금펀드는 분기별로 300만원 이내로 자유롭게 입금한 후 적립기간이 지나면 55세 이후부터 5년 이상 연금 형태로 수익금을 받아가는 상품이다. 근로소득자나 자영업자가 모두 가입할 수 있으며 연간 납입보험료의 3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도 해준다. 연금신탁의 경우 주식 편입이 없는 채권형과 주식 및 관련 파생상품에 10% 이내로 투자하는 안정형으로 구분한다. 연금저축보험은 공시이율을 적용해 실세금리 변동에 대응하도록 설계돼 있어 안정 성향 투자자에게 알맞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