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女오픈 챔피언 유소연 "알펜시아서 국내 메이저 첫승 신고할 것"

메트라이프·한경 KLPGA챔피언십 D-15

US오픈 상금…밥 사기 바빠
남은 2주간 퍼팅 집중 보완…벨리 퍼터 열풍엔 "글쎄요"

"국내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반드시 차지하고 싶어요. "

제33회 메트라이프 · 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 출전하는 US여자오픈 챔피언 유소연(21)은 "올해 미국 메이저대회는 제패했지만 국내 메이저대회 타이틀은 획득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기필코 우승컵을 차지하겠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지난해에도 후반에 실수가 나오는 바람에 우승을 놓쳐 아쉬웠다"며 "앞으로 2주 정도 남은 기간에 퍼팅 등을 집중 보완해 대회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US오픈 우승 이후 국내 대회에서 '톱10'에 꾸준히 올랐다.

"US여자오픈이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하다 보니 국내 대회에서도 당연히 우승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져 조금 부담스러워요. 물론 우승하면 좋지만 선수로서는 10위권에 들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응원도 많이 해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US오픈 우승 상금 6억원에다 소속사인 한화가 준 보너스 3억원 등을 받은 유소연은 "우승 상금이 체크(check)로 온 것을 봤다. 어머니가 관리하고 있어 어떻게 썼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대회 때마다 여러 사람들에게 밥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LPGA투어에서 뛰는 박지은 선수를 좋아하는데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고 했다. "미국 대회에서 몇 번 만나 얘기해 본 적 있어요. 언니가 허리가 많이 아파 힘들어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카리스마적이고 스마트한 커리어 우먼 스타일의 언니를 좋아했지요. 공격적이면서도 무모하지 않은 플레이 스타일도 저랑 비슷하고요. "

유소연에게는 애착을 넘어 집착에 가까운 클럽이 하나 있다. 지금은 단종된 '오딧세이 트라이핫 넘버3 퍼터'다. 그는 US오픈과 국내 대회에서 우승할 때 모두 이 퍼터를 썼다. 그는 "그냥 이 퍼터에 대해 믿음이 가고 이 퍼터를 써야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모델의 퍼터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 똑같은 제품이지만 대회 때 사용하는 퍼터와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박세리가 2001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할 때 테일러메이드의 '320Ti 드라이버'에 집착한 적이 있다. 박세리는 그 드라이버로 4승을 올렸는데 헤드에 금이 간 채로 들고 나가 우승하기도 했다. 이후 박세리는 똑같은 사양의 드라이버를 테일러메이드 측으로부터 여러 개 건네 받았으나 느낌이 달라 애를 먹었다. 유소연은 "너무 한 퍼터에 집착하는 것 같아 다른 퍼터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PGA투어에서 불고 있는 '벨리 퍼터 열풍'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국내 여자 선수들은 한 명도 그 퍼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워낙 다양한 헤드를 가진 퍼터가 많아 벨리 퍼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국내에서 벨리 퍼터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도 한 이유겠지요. "

그는 내년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영어 공부는 1주일에 두 차례 집중해요. 한 번은 직접 만나서 하고 한 번은 이메일 동영상으로 수업을 받죠.미국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주로 배우고 최근 이슈가 되는 신문기사를 많이 읽어요. "
유소연 "나비스코 쇼크는 없다"…몸통 스윙으로 교정

유소연은 지난해 미국 LPGA투어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언더파는 한 번도 못 치고 간신히 커트를 통과해 공동 64위를 차지했다. 그는 "당시의 경험은 쇼크였다"고 표현했다.

"나비스코챔피언십에 다녀오자마자 작심하고 스윙 교정에 들어갔어요. 당시 제 스윙으로는 결코 미국 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죠."

무엇이 문제였을까. "스윙할 때 팔이나 손 동작을 많이 썼어요. 잔 동작이 많았지요. 그런 스윙이 미국 코스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국내 코스에서는 홀이 반듯하거나 굽어도 지형에 맞춰 샷을 하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미국 코스는 반듯한 홀이라도 여기저기에 심어진 나무들이 툭 튀어나와 페이드나 드로 구질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 변화를 줄 때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스타일의 유소연이었지만 스윙은 단번에 확 바꿔버렸다. 손과 팔 동작을 억제하고 몸통을 사용하는 스윙으로 교정한 것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스윙이 콤팩트해지고 컨트롤이 잘됐으며 볼의 스핀량이 증가했다. 그러나 교정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우승은 못하고 2위 세 차례 등 톱10에만 14차례 들었어요. 우승 경쟁을 하다가 자주 주저앉았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주변에서 스윙 교정이 잘못됐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저는 확신을 갖고 바꿨지만 잘못된 결정을 한 건 아닌지 흔들렸죠.하지만 스윙 교정의 힘든 과정을 거친 것이 US오픈 우승의 비결이었어요. 당시 코스도 지난해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느꼈던 코스와 비슷했거든요. "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