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방진복 입고 하이닉스 실사

8월 초 이천공장 방문…SKT 실무진 파견과 대조
지난달 초 SK텔레콤과 ㈜STX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실사를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이 청주,이천에 있는 하이닉스 공장에 찾아와 현장 임직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SK텔레콤이 전무급 실무진만 파견한 것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뤘다.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강 회장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은 30분이 할애된 질의 시간에도 25분 동안 직접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방진복을 입고 하이닉스 첨단 설비를 둘러본 뒤엔 짤막한 '정견 발표'를 하기도 했다. 하이닉스가 STX그룹의 일원이 될 경우 최강의 IT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 직전에 진행하는 실사 작업에는 실무자들이 참여한다. 최고경영자가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사 직전에 서면으로 500개가량의 질문을 미리 보내기 때문에 공장 실사를 할 때는 짤막하게 질의 · 응답 시간만 갖는다"며 "굳이 CEO가 참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행보에 대해 M&A 업계에선 최고경영자의 인수 의지가 그만큼 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A 속성상 정말 간절히 원하는 기업이 매물을 가져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지난달 말 UAE 국영투자회사인 아바르(AABAR)를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이기 위해 소수의 수행원만 대동한 채 아바르 관계자들을 현지에서 직접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의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각종 전략은 철저히 강 회장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인수전 참여를 대외적으로 공표하기 직전인 지난 7월6일만 해도 이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강 회장 외에 추성엽 ㈜STX 사장과 이호남 전략기획실장(상무),신철식 STX미래연구원장(부회장)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