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행복 소사이어티', 돈만 내는 기부는 '우리' 스타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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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은행이 뛴다 - 논으로 산으로 섬으로 지역밀착 봉사
전국 30개 영업본부 체계적 봉사활동
빚으로 고통받는 서민에 '한줄기 빛'…작년 2000억 지원
사례 1.지난 4월 다운증후군 환자 등 장애인 250여명이 서울 도봉구 사회복지시설인 인강원에 모였다. 이들은 우리은행 임직원 150여명과 어울려 줄넘기를 하고 풍선아트와 즉석 사진촬영을 즐겼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장애인은 "몇 년 만에 나들이하면서 운동할 기회를 가졌다"며 "은행이 이런 일까지 하는 곳인 줄은 몰랐다"고 고마워했다.
사례 2. 우리은행은 지난달 전국 32개 지역아동센터에 소속된 아동 및 청소년 516명을 1박2일짜리 여름 캠프로 초청했다. 지역아동센터는 가정형편 때문에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다. 이순우 행장은 "양평 캠프에서 아이들을 처음 봤을 때 얼굴 표정에 변화가 없어 당황했다"며 "가정형편 때문에 의기소침해지는 아이들이 더이상 없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특이한 DNA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자원봉사 활동에 열정적이다. 전체 직원이 1만5000명에 조금 못 미치는데 작년에만 연인원 기준 2만2000여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김양진 우리은행 자원봉사단장(수석부행장)은 "가장 어려울 때 정부에서 공적자금을 받았던 금융회사이다보니 사회공헌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며 "금전적인 지원과 함께 임직원들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밀착형 봉사로
우리은행이 봉사활동을 본격화한 것은 2007년 출범한 자원봉사단이 계기가 됐다. 은행 내 봉사활동 분위기가 단순한 성금전달에서 벗어나 임직원들이 발로 뛰면서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는 전국 1000여개 영업점별로 진행하던 봉사활동을 30개 영업본부 단위로 통합했다. 지역사회 밀착형 봉사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활동이 '우리 행복 소사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각 지역의 불우이웃과 장애인,소년소녀 가장,독거노인,결식아동,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역사회 봉사활동이란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전국 90여개 지역아동센터 등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우리은행 임직원 중 6000여명은 자발적으로 매달 급여일에 계좌당 1000원씩 기부하고 있다. 별도로 '우리어린이사랑기금'도 운영 중이다. 임직원이 월급 중 1만원 미만의 우수리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어린이재단 결식아동 지원이나 조손가정 밑반찬 전달사업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말부터 인터넷뱅킹으로 이체할 때 고객이 기부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놨다. 고객은 독거노인이나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이체 때마다 후원''일시 후원''정기 후원' 등의 방법으로 도울 수 있다. ◆농촌 · 산 · 문화재 등 지킴이로
경기 안성에 있는 '유별난마을'은 2005년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변화는 우리은행이 지원을 시작하면서 생겨났다. 매년 임직원 및 가족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을 모집해 모내기와 김매기,배추심기 등 농촌봉사를 했다. 행내에서 과실수와 텃밭을 분양했고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개설했다. 농촌이 활로를 찾고 직원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매했다. 유별난마을에서 수확한 벼와 고구마 중 일부는 우리은행이 결연을 맺은 후원단체에 전달했다.
우리은행은 '남산 지킴이'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매년 임직원들이 나무를 심고 서양등골나물을 뽑는다. 작년엔 총 976개의 수목 설명판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자연을 배려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홍유릉 보호활동을 시작했다. 홍유릉은 사적 제207호 및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요 문화재다. 고종황제와 순종이 영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매년 신입사원 연수기간 중 홍유릉을 참배하고 있다. 지난 3월엔 홍유릉에서 식목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작년에만 2000여억원 서민지원
충남 아산의 임모씨(55)는 영화사업에 실패하고 암투병 생활을 한 뒤 신용불량자가 됐다. 자포자기 심정이던 임씨에게 지인이 고양이 두 마리를 선물로 줬다. 분양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이때 우리미소금융재단이 임씨에게 무등록사업자 지원을 해줬다. 임씨는 현재 안정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
전남 광주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박모씨(56)는 지난 겨울을 잊지 못한다.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거부했을 때 우리미소금융재단이 따뜻한 손길을 보냈던 것.재단은 자금을 지원했고 우리은행 봉사단원들은 국밥집에서 설거지를 도왔다. 우리은행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작년 한 해 동안 지원한 금액은 2069억원이다. 전년 대비 13% 지원액을 늘렸다. 우리은행은 우리미소금융재단 지점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서울(2곳) · 마산 · 광주 · 성남 · 용인 · 대구 · 부산 등 현재 전국에 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창업 및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지금까지 미소금융재단을 통해 총 989건(128억원어치)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